최근 집 근처 공원 산책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광경을 보았다.
아이 아빠로 보이는 30대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그 옆에는 기저귀 가방을 든 여성이 함께 걷고 있었다. 너무 단란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부부는 잠시 멈춰서 유모차의 커버를 벗기더니 아이가 아닌 강아지를 들어 올려 사랑스럽게 입을 맞추고 품에 끌어안았다. 여성은 기저귀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강아지 입을 닦아 주고 간식을 먹여 주는 등 애정을 듬뿍 쏟았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품에 소중히 안고 다루는 모습과 너무 흡사해 기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통계청의 최근 자료 ‘저출산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3년 5200만명에서 2041년 4000만명대로 줄고, 2070년에는 38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합계 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 0.70명으로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르면 연내에 0.6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 인구는 1021만여명으로 20년 전보다 260만명 줄었다.
저출산 현상은 가속돼 30년 뒤인 2050년에는 청년이 521만3000명으로 급감하고 비중도 20.4%에서 11%로 절반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소멸은 다름 아닌 국가의 소멸로 이어진다고 볼 때 이건 재앙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트윗에서 “한국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붕괴되고 있다”며 “한국이 현재의 출산율을 유지한다면 3세대 안에 인구가 현재의 6% 이하로 급감하고 대다수가 60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현장에서 일할 사람은 없고 소비하는 노인들만 가득찬 역삼각형 사회를 넘어 결국엔 나라가 사라지고 마는 상황에 처하게 될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의 생산연령인구는 65.0%에서 61.4%로 3.6%포인트 준 반면, 한국은 70.5%에서 46.1%로 24.4%포인트나 급감해 그 심각성을 여실히 말해 준다.
이에 따라 고령인구도 18.4%에서 46.4%로 2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70년이면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기현상은 결국 저출산 기조가 심한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을 보면 10년 전인 2012년에는 여성 한 명이 평생 아이를 1명 이상(1.3명) 낳았지만 이제는 1명도 안 낳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출산율 0명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애견인구 1500만명 시대와 함께 날로 초저출산 추세는 가속화하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비혼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넘은 노인민국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이제 ‘사람을 키울 것인지, 개를 키울 것인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