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탄생/고희경/마인드빌딩/3만5000원
“보드빌 쇼의 인기가 뉴욕을 넘어 전국을 강타하게 되자 틴 팬 앨리는 늘어나는 공연 음악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민스트럴 쇼부터 쓰였던 곡들, 오페라, 오페레타(소규모의 가벼운 오페라), 카바레에서 불리던 많은 곡은 본격적인 음악 비즈니스의 원천이 되었다. 공연의 장면을 위한 연결 곡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듣고 바로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출 수 있는 노래의 수요가 폭발했다.”
150년의 뮤지컬 역사를 다룬 이 책 본문의 2장 ‘뮤지컬의 시작(1910년대∼1930년대)’에 나오는 내용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가 뮤지컬의 본고장이자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의 중심이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많은 이야기 중 일부다. ‘보드빌’, ‘틴 팬 앨리’, ‘민스트럴 쇼’ 같은 생소한 용어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보드빌(Vaudeville)’은 춤과 노래, 서커스, 마술, 텀블링, 저글링, 스탠딩 코미디를 엮은 화려한 공연 형식으로 1890년부터 1930년 사이 미국 전역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틴 팬 앨리(Tin Pan Alley)’는 음악 출판사들이 모여들었던 뉴욕 맨해튼 도심 지역으로 대중음악 산업의 발상지로 불린다.
이처럼 책은 뮤지컬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했는지를 시대별 상황과 맞물린 확대경을 대고 살핀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다양한 공연·연예 산업 양식부터 2020년대 뉴욕(브로드웨이)과 영국 런던(웨스트엔드)의 뮤지컬까지 약 150년을 다뤘다. 특히, 뮤지컬이란 장르가 본격 등장한 20세기 이후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어떤 유행이 생겨나고 사라졌는지를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책은 오페라와 오페레타, 뮤직홀 등 뮤지컬 이전의 다양한 대중음악극 시기(1장)에서 출발해 미국의 번영에 보조를 맞춰 뮤지컬이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20세기 초반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를 2장과 3장에서 다룬다. 사회 변동 속 침체와 변혁을 거듭한 1970년대(4장), 신자유주의와 대형 뮤지컬이 지배한 1980년대(5장)를 거쳐 1990년대는 산업화가 가속되던 디즈니의 뮤지컬계 등장을 6장에서 의미 있게 전한다. 마지막 7장은 오늘날 뮤지컬의 흐름을 다각도로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