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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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양곡법·간호법 이어 3번째

경제계 “지지”… 노동계 반발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과 경제단체가 지지의 뜻을 밝힌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자 이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이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앞서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돼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문제점들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로써 취임 후 세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5월에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은 국회로 다시 넘어갔다. 재의결이 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 범위 확대 및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거부권 행사를 지지했다.

 

윤 원내대표는 “사회 갈등이 심각히 우려되는 법들”이라면서 “국민이 많이 걱정하고 계시는데 그런 국민 입장을 갖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거부권 행사는 국민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이라며 “국회는 환부된 노조법 개정안을 반드시 폐기하고, 이제는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입법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조치”라며 “개정안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로 원·하청 질서를 무너뜨리고, 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국회에서도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 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행정부 수반이 계속해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면서 “정권의 무능함과 독주를 감추기 위해 국회가 의결한 민생 법안들을 함부로 내팽개쳐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잇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정노조법 2,3조와 방송 3법 거부권 남용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도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오후에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부대표자 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3일 5개월여 만에 경사노위 복귀를 전격 선언한 뒤 같은 달 24일 노사정 부대표자 회의에 참석해 사회적 대화 재개를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불참하며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그토록 노사 법치주의를 외쳤던 정부는 사법부와 입법부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 단체 입장만을 수용했다”며 “이제 겨우 한 발 나아갔던 온전한 노동 3권과 노조할 권리 보장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입장을 내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함부로 침해했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고,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법원 판결문에서도 적시하고 있는 원청 책임 인정과 손해배상의 제한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며 “노동 개악과 노동권 침해로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정부에 온 힘을 다해 맞설 것”이라고 투쟁 의사를 밝혔다.


유지혜·김나현·곽은산·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