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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다 찍었다” “자동차 정체도 안다”, 남북 우주경쟁 최후 승자는 [박수찬의 軍]

한반도 상공의 우주공간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를 놓고 남북이 우주경쟁에 돌입하면서부터다.

 

한국은 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했다.

정찰위성이 지구를 관측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정찰위성 1호기는 고도 500㎞ 상공의 저궤도를 도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이다. 북한 지역에 대한 영상정보를 제공한다.

 

북한도 지난달 2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려놓았다.

 

영상 수준 등에서 논란이 있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았지만, 위성을 고도 500㎞ 상공에 진입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라는 분석이다. 

 

30여년간 축적한 위성개발 기술에 미국 로켓을 결합한 한국, 러시아 지원을 받아 위성을 쏜 북한. 양측이 우주 공간에서 벌일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이 지난11월 21일 밤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싣고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먼저 쏜 北…성능은 南 우세

 

한국은 1990년대 우리별 1·2·3호, 무궁화 1·2·3호, 아리랑 1호 위성을 쏘며 우주 시대 개막을 알렸다. 

 

북한은 이에 맞서 광명성-1호 위성을 1999년 발사했으나 성공하진 못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다양한 위성을 계속 쏘며 우주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북한은 2012년과 2016년에 은하-3호, 광명성호 로켓을 발사해 위성을 궤도에 올렸지만, 현재는 우주공간에서 이 위성들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또다시 앞서나갈 태세를 갖췄다. 2017년 12월 425사업 1호 위성인 전자광학·적외선(EO/IR) 정찰위성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425라는 사업명은 SAR(사)와 EO(이오) 카메라 영문명을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한 것이다. 

 

1조20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EO/IR 정찰위성 1기와 합성개구레이더(SAR) 정찰위성 4기를 궤도에 올리는 425사업은 한국군 감시정찰 능력 강화의 핵심이다.

군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가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북한도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계기로 정찰위성 발사를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지난 5월과 8월 천리마-1형 우주발사체에 만리경-1호 정찰위성을 탑재,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한국이 ‘11월 30일 EO/IR 위성 발사’를 선언하자 지난달 21일 3차 발사를 전격 단행, 궤도에 위성을 진입시켰다.

 

이후 한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촬영했다면서 선전전을 벌였지만,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키웠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먼저 쐈지만, 성능은 한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425 사업 1호기인 EO/IR 위성은 한국이 30여년 동안 축적한 다목적실용위성 개발 경험을 토대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고속기동이 가능한 위성체 자세제어, 초고해상도 대구경 광학탑제체 등의 기술을 확보했다.

 

EO/IR 위성이 촬영한 영상 해상도는 0.3m다. 지상의 30㎝ 크기 물체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다.

 

해상도가 높으면, 그만큼 촘촘한 간격으로 정밀 촬영을 할 수 있어 지상 물체 식별이 쉽다.

 

해상도 1m짜리 위성으로 지상의 차량을 찍으면 ‘저게 자동차일 수 있겠다’는 정도만 파악이 가능하다.

 

반면 해상도 0.3m 위성은 해당 차량이 세단인지 SUV인지는 물론 차량 유리창 크기까지 알 수 있다.

425위성체계 운용을 묘사한 상상도. KAI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차인 마이바흐, 수행차량 렉서스 SUV 등도 EO/IR 위성이 찍을 수 있다.

 

북한 매체에 드러나지 않는 김 위원장의 비공개 행보도 EO/IR 위성에서는 정확히 포착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도부의 움직임을 EO/IR 위성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한국형 3축 체계의 일부로서 북한 전쟁지도부를 노린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SAR 위성이 추가되면 북한 지도부와 핵·미사일 시설 등의 동향도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다. 

 

EO/IR 위성은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으나 구름 등 기상 조건의 제약이 있다.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SAR는 날씨에 관계 없이 정찰할 수 있다. 반면 전파 교란에 취약하고 분석에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지난 2월 8일 북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찍은 평양 시내 모습. 한국군 정찰위성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두 위성을 함께 쓰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북극과 남극 상공을 지나는 극궤도를 도는 EO/IR 위성은 낮에는 EO, 밤에는 IR 센서로 촬영한다.

 

SAR 위성 4기는 경사궤도를 돌며 한반도를 번갈아 가며 수시로 관측한다. 이를 통해 북한 지역을 2시간 단위로 정찰할 수 있다.

 

SAR로 포착한 것을 EO/IR로 정밀하게 재확인, 북한군 동향을 더욱 면밀하게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한의 정찰위성은 해상도가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찰위성의 최소 기준은 해상도 1m인데, 만리경-1호는 해상도가 3m에 불과하다.

 

한국이 2006년 발사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2호의 해상도(1m)보다 뒤떨어진다. 

 

낮은 해상도를 만회할 영상 판독기술을 갖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며, SAR 위성 개발 여부도 미지수다. 북한의 위성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425 사업이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체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 우주경쟁, 경제력이 승패 가른다

 

북한은 만리경-1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정찰위성 추가 발사와 더불어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등을 보유할 뜻을 밝혔다.

 

위성을 다수 쏘아올려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한국도 다목적 실용위성 7A호와 차세대 중형위성 4호를 오는 2025년 팰컨-9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1조4223억원을 투입해 재방문 주기(위성이 같은 지점 정찰을 위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주기)를 수십분 단위로 줄이고 악천후에도 정보를 수집할 초소형위성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방부 등 다수의 정부부처가 참가하며,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의 방산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초소형위성 체계가 개발되면 북한 핵 위협 및 한반도 주변 위기 상황에 대한 신속한 영상정보 획득이 가능해진다.

 

특히 초소형 SAR 위성을 군집 운용하면 재방문 주기를 2시간에서 30분 이하로 줄일 수 있다.

 

KF-21 탑재 및 수출용으로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이 있어서 이를 응용하면 초소형 SAR 위성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남북이 본격적으로 우주 경쟁에 돌입할 채비를 하는 상황에서 경쟁의 승패는 경제력에 의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우주 개발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메가 프로젝트다. 선진국 중에서도 정찰위성 보유국이 미국, 일본 등 일부에 머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의지와 더불어 경제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만 위성 발사·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구상하는 초소형SAR위성. ADD 제공

1960년대 미국과 옛소련의 우주경쟁 당시 미국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 경쟁에서 이겼던 것도 자금력 덕분이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 투입한 비용은 250억 달러, 현재 가치로 1400억 달러(약 183조원)에 달했다. 옛소련의 우주 개발비는 미국에 훨씬 못미쳤다. 경제력이 두 강대국의 우주개발 주도권을 결정한 셈이다.

 

이같은 전례는 한반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과의 우주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경제력이다.

 

통계청의 ‘2022 북한의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북한의 명목 국민총생산(GDP)은 35조9000억원으로 한국(2071조7000억원)의 1.7% 수준에 불과했다.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북한이 위성과 로켓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본주의 국가보다 낮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력 측면에서 한국과 격차가 매우 큰 것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이 대량의 위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쏘아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국가 예산과 더불어 민간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다. 국가적 의지만 꾸준히 유지되면 북한보다 질적·양적으로 우세한 위성 발사·운용이 가능하다.

 

누리호와 더불어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을 주도하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더해지면, 정부와 군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언제든 위성을 발사해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다.

 

경제력을 앞세워 다수의 위성과 발사체를 끊임없이 제작·발사한다면 한반도 우주공간은 한국이 장악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우주 주도권을 상실한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를 위해선 위성과 발사체 제작 및 발사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범정부적 차원의 거시적 계획이 필수다.

 

군과 민간 용도의 위성 소요를 융합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 우주공간 주도권을 확보해 우주안보를 지킬 방안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