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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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향 수용해 일군 독창성”, 고려청자를 보는 일본의 시선 [일본 속 우리문화재]

도쿄 이데미츠 미술관 ‘청자’ 전시회에 고려청자 출품
중국의 영향 서술…고려가 성취한 아름다움 같이 소개
상감기법, “청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려, 중국의 차이”

일본 도쿄 이데미츠(出光) 미술관 ‘청자’ 전시회의 주인공은 중국 도자기다. 약 3800년 전 탄생한 원시자기가 유약을 발라 이전의 토기와는 완연히 구별되는 광택을 갖게 되고 중국 역대왕조를 거치며 발전해 가는 과정을 짚는다. 그것은 청자가 “세계를 매료시킨” 시간이기도 했다. 고려청자는 그 긴 역사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미술관은 “고려청자는 적어도 10세기에는 시작돼 중국도자의 영항을 굉장히 강하게 받는 한편 상감청자에 보여지는 독자적인 의장(意匠), 표현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청자의 발상지인 중국의 영향을 수용하면서도 각 국가, 지역에서 이뤄진 독자적인 발전의 가장 뚜렷한 사례를 고려청자로 보는 듯 싶다.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이데미츠미술관. 

116점의 전시품 중 고려청자는 14점이다. 전시품이 적은 데다 좋은 고려청자를 만난 경험이 풍부한 관람객이라면 심드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고려청자에 대한 일본의 시선, 평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청자침형병. 이데미츠 미술관 도록

미술관은 고려청자에 드러나는 중국의 영향을 꼼꼼하게 서술했다. ‘청자침형(砧形)병’에 대한 설명에서 이런 태도가 뚜렷하다. 

 

“송나라에서 고려로 사신으로 방문한 서긍은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고려비색청자는 여요(汝窯·송나라 여주의 도자기 생산지)에 닮았다’고 했다.…바닥에 규석 흔적이 남아 있는 특징 등은 여요와 공통된 것으로 그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같은 종류의 도자기 편이 전남 강진의 가마터에서 출토되고 있다.”

청자윤화명. 이데미츠 미술관 도록

‘청자윤화명’(靑磁輪花皿)에 대해선 “이런 꽃모양 접시는 북송시대 여요, 요주요(耀州窯)의 청자나 경덕진(景德鎭)의 청백자로도 만들어졌고, 고려의 수도 개성에서도 출토되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 문화재에 드러나는 중국의 영향을 뚜렷하게, 혹은 강조하는 설명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데미츠 미술관이 도록에 소개한 한국 주요 도요지 및 ‘청자’전 출품작 중 하나인 고려청자. 도록 및 엽서 촬영

동시에 중국 청자와는 다른 고려청자의 독창성을 서술했다. 상감기법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중국의 청자에서는 상감에 의한 장식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지만 고려청자에 있어서는 가장 대표적인 기법의 하나로 발전했다. 청자의 미(美)에 대한 양국의 문화적 차이로도 생각된다.”

 

‘청자인화수문정형향로’(靑磁印花獸文鼎形香爐)가 중국 고대청동기를 본 뜬 것이라면서도 “기형이나 장식 등에서 본래의 방식과 큰 간격이 있다. 중국 송대의 예제(禮制)와 고려 예제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흥미가 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이런 평가는 “한반도에서는 고려시대인 10세기에는 청자 제작이 시작돼, 12세기 전반에는 중국 사절에게서 그 아름다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본고장인 중국에 수출된 정도였다”는 서술에 압축되어 있다.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무늬인 ‘운학’(雲鶴)은 일본 문화와의 관련성을 통해 설명하고 있어 재밌다. 미술관은 “일본에서도 운학청자 찻잔은 다도(茶道)문화 속에서 발견돼 왔다”며 “‘운학’은 고려다완 종류 명칭의 하나로 분류된다”고 소개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