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우리카드에서 FA 자격을 얻은 국내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인 나경복(29)을 영입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가 예정되어 있던 나경복은 2024~2025시즌에야 V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KB손해보험은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나경복을 영입해 차차기 시즌에 대권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주전 세터인 황택의(27)도 상무에 입대한 상황이라 KB손해보험의 2023~2024시즌의 약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모습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일 수원에서 한국전력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팀의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17일 한국전력전 3-2 승리 후 치른 12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KB손해보험의 12연패는 2019~2020시즌(12연패) 이후 팀 역사상 두 번째다.
나경복이 없는 동안 토종 에이스를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황경민(27)이 늑골 부상으로 빠진 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황경민의 부재 속에 팀 공격의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도맡고 있다.
비예나는 13경기에서 팀 공격의 44.1%를 책임지고 있다. 전체 득점 2위(352점), 공격 성공률 7위(51.09%)로 분전해주고 있지만, 비예나에게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는 상대 블로커들을 피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비예나는 공격 종합 10걸 내 선수 중에 66개의 블로킹을 당했다. 피블로킹 2위인 요스바니(삼성화재), 마테이(우리카드)가 당한 블로킹이 45개로, 비예나보다 21개나 적다. 그만큼 KB손해보험을 상대하는 팀들은 비예나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에 대한 집중 견제를 펼치고 있다.
아직 황경민의 복귀는 요원한 상태다. 후인정 감독은 “황경민이 3라운드 안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3라운드 이후에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빈자리에 들어가는 5년차 홍상혁은 공격(성공률 47.93%), 리시브(효율 32.40%) 모두 주전으로 뛰기엔 기량이 떨어진다. 아시아쿼터로 데려온 아웃사이드 히터 리우 훙민(대만)은 리시브는 44.39%의 효율을 보여주면 괜찮지만, 공격 성공률이 40.85%로 너무 떨어진다. 이래저래 연패 탈출을 위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 KB손해보험이다. 나경복과 황택의가 동시에 돌아오는 내년 가을을 바라보고 있는 KB손해보험이지만, 이번 겨울이 너무나도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