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성인기 발병 천식 90% 평생 지속… 꾸준한 관리가 답” [건강+]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기관지, 염증 등으로 좁아져 호흡 곤란
“가슴에서 ‘휘파람 소리’ 난다면 의심을
오래 둘수록 치료 어렵고 중증화 우려
흡입스테로이드 잘 쓰면 큰 문제 없어
유산소 운동·금연·금주 등도 필수” 강조

“천식은 현대 의학의 성공이라고 할 만큼 치료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있을 때만 치료를 받고 평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중증으로 진행돼 호흡곤란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듯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특히 성인기에 발병한 천식은 ‘완치’가 없는 만큼 꾸준한 관리가 답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꾸준한 ‘천식 관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30년 전 오 교수가 전공의를 하던 시절에는 응급실에서 숨을 헐떡이며 방문한 중증 천식 환자 치료 인계가 주요 업무일 만큼 빈발했지만, 이제는 약제 발달로 천식도 관리만 잘하면 중증화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알레르기 질환 증가, 비만 증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20대 천식 환자 유병률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천식은 성인기 발병 시 평생을 가는 만큼 흡입스테로이드 치료를 꾸준히 쓰면서 감기와 흡연, 알코올 등 천식을 악화하는 요인에 주의하며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천식은 폐로 공기를 전달하는 통로인 기관지가 염증과 경련 등으로 좁아지면서 호흡이 어려워지는 질병이다. 공기의 드나듦이 쉽지 않다 보니 가슴 답답함을 느끼고 염증으로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다만 요즘 같이 감기, 독감, 코로나19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면 천식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오 교수는 “독감, 코로나19 등의 급성병은 보통 1∼2주면 호전되지만 천식은 3주 이상 지속하고 자주 재발하는 점이 다르다”며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이 가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천식 가능성이 아주 높은 만큼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해서 발생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천식이 있으면 자녀가 천식이 있는 확률은 25% 정도다. 특히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천식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천식이 발병할 확률은 50%에 이른다. 여기에 집먼지진드기·꽃가루·반려동물 등 알레르기 물질과 미세먼지,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면 천식이 유발된다.

국내 유병률은 4∼5% 수준. 이는 미국·영국 10%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중국이나 인도 2∼3%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올라갈수록 천식 유병률이 더 높아집니다.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비만은 증가하고, 어린 시절 감염병은 감소하는 것이 알레르기 체질로 변하게 하며, 더불어 천식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천식 환자는 소아기와 노년기에 주로 많이 나타난다. 소아기 천식은 청소년기 이후 증상이 나아져 잠복하다가 나이가 들면 절반가량이 재발한다. 소아기 천식이 없었어도 성인기에 천식이 처음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내 20대 유병률 증가가 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오 교수가 2007∼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9만2000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대 천식 유병률이 2007년 약 0.7%에서 2018년 약 5.1%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천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인 70대 천식 유병률(4.6%)보다 높은 수치다. 성인기에 발병한 천식은 90% 이상이 평생 간다. 20대 발병 시 50∼60년을 천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천식은 오래 갈수록 기도가 굳어져 치료가 어렵고 중증화 가능성이 더 큽니다. 유전적 요인은 몇 년 안에 변하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20∼30대 천식 증가 원인으로는 알레르기 비염·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 증가, 비만 증가, 흡연,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만은 혈압·당뇨뿐 아니라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전자담배가 젊은 층에서 증가하는 것에도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천식 치료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는 점이다. 경증 천식은 염증으로 좁아졌던 기관지가 염증 치료제인 스테로이드흡입제와 기관지확장제를 함께 사용하면서 기존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흡입제만 잘 사용해도 대부분은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오 교수는 “흡입스테로이드는 단연코 꼭 사용해야 하는 제일 중요한 천식약”이라며 “가벼운 천식의 경우 일주일에 2∼3회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서 쓰면 평생 중증화 진행 없이도 지낼 수 있다. 흡입스테로이드 덕에 천식으로 사망하는 것이 현격히 줄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잠시 증상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약을 끊을 때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천식의 특성을 간과한 채 “나았다”고 믿고 약을 중단하며 알레르기 요인, 미세먼지, 감기, 흡연 등 악화 요인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기관지가 자극과 염증으로 점점 굳어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폐 기능이 나빠지게 된다. 약제를 쓰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하면 7∼8년 만에도 중증으로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약제 외에도 생활 습관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담배는 그 자체가 질병 악화 원인일 뿐 아니라 약제 효과도 떨어뜨리는 만큼 금연은 필수다. 음주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면 숨쉬기 편해진다며 음주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이는 ‘잠깐’의 기관지 확장에 따른 느낌일 뿐 장기적으로는 질병 악화의 원인이 된다.

“흡입스테로이드 꼭 쓰세요. 리노바이러스, RS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는 천식을 일으키고 악화하는 요인입니다. 그러니 감기 조심하시고 독감 예방접종도 하세요. 미세먼지와 찬 공기 피하시고요. 비만도 주의해야 하니 나물, 채소 등 전통 한국식 식단으로 식사하세요. 평소 유산소 운동도 열심히 하세요. 금연과 금주도 꼭 하세요.”

인터뷰 중 오 교수는 이 얘기를 다섯 번이나 언급했다. 순서도 안 바뀌고 그대로 읊는 모습은 그가 환자들에게 관리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짐작하게 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