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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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근로자 72% “직장 괴롭힘 참는다”

근로기준법 금지 조항 미적용 탓
직장갑질119 ‘문답 보고서’ 발행
“공무원이라 신고 못하는 건 문제”

공공기관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참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무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9월 공공기관 종사자 174명 등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1.6%가 ‘괴롭힘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3일 전했다. 이 중 72.7%는 대응 방식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를 택한 것으로 나타나 같은 답을 한 민간기업 종사자(51.0%)보다 훨씬 많았다.

단체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묵인하는 배경을 정부가 ‘공무원에게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단체는 이날 ‘공무원 갑질 50문50답 보고서’를 발행했다. 에버트재단 지원을 받아 그간 접수된 제보를 바탕으로 만든 문답서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대법원이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이기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했지만,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유지하고 있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대전시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뒤 사회적 공분이 일고 공무원 징계령이 개정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처벌 조항이 생겼지만, 공공기관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와 친인척인 경우’나 ‘괴롭힘 신고 사건에 대해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등 근로기준법에 존재하는 조항이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공무원 자살 순직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관련 순직 청구 건수는 107건에 달한다. 박 운영위원은 “공무원이라고 괴롭힘을 더 많이 당하는 건 아니지만 공무원이라고 신고 못 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