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며 탈당해 정치적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여야 현역의원 중 정치적 노선 문제로 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민주당 내 연쇄 탈당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탈당까지 염두에 뒀던 이 의원과 당내 개혁이 우선이라는 다른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과는 결이 달라서다.
이 의원은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그 이유로 자신은 당을 고쳐 쓸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원칙과 상식은 당내에서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 탈당을 두고 대체로 “예정된 수순”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이 의원은 17대 국회에 첫 입성, 21대 총선까지 내리 5선을 하는 동안 별다른 계파가 없던 비주류다. 초선 박상혁 의원은 이 의원이 18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뒤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재선한 것을 언급하며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하고 싶은가”라며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연쇄 탈당 가능성은 낮지만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실형 선고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거기에 이 대표가 연동형 선거제 개혁 약속까지 뒤집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당내는 술렁이고 있다.
최근 이낙연 전 대표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이 대표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총선을 어떻게 치를 수 있겠는가”라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일 이 대표 최측근,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불법 자금이 대선 경선에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날 최측근 박시종 전 청와대 행정관 출판기념회에서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을 거론하며 “범인을 처벌하려면 검사 자기부터 깨끗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려면 야당이 떳떳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역시 최근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내놓으며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더라도 민주당만이라도 단단한 원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고, 이 전 대표가 지적한 강성 지지층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공격하는 건 백색 테러”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정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도 “이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방식이, 이 길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일치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탈당이 향후 정계 개편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탈당 시 국민의힘이나 이준석 신당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의원 진단과 고쳐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토로에 깊이 공감한다”며 이 의원 탈당을 반겼다.
‘원칙과 상식’도 이달까지 당 지도부에 도덕성·민주주의 회복 방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것과 관련, “(당이) 들어주면,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우리가 최종적 결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에 연일 선을 긋고 있지만, 연내 개혁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결국 탈당카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놓은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