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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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업 집중 안 한 초등생 ‘딱밤’ 때려 법정에 선 교사… 법원은 “아동학대 무죄”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에게 ‘딱밤’을 때린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따른 교권이 침해 논란과 관련 법 개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학수업 중이었던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책상에 앉은 B(7)양이 눈물을 흘렸다. 담임인 A씨가 수업 중 다른 곳을 보며 집중하지 않는 B양의 머리에 ‘딱밤’을 때려서였다. A씨는 수학문제 채점을 한 뒤 틀린 문항 갯수에 따라 학생들의 딱밤을 때렸다. 글씨를 잘 보이지 않게 썼거나 문제를 적지 않은 학생 등 모두 8명이 A씨에게 딱밤을 맞았다.

울산지법 전경. 이보람 기자

◆수업시간 딴짓 학생 ‘딱밤’에 아동학대 수사

 

딱밤을 맞은 B양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알리면서 A씨는 아동학대 수사를 받게 됐다. 아이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을 면담하고 조사한 공무원은 조사결과인 사례개요서에 “교사의 행위로 아동의 필통과 색연필이 부딪혀 떨어져 피해아동이 놀랐는데도 피해아동을 진정시키지 않고, 피해아동의 문제만을 지적해 낙인효과 및 놀라움, 수치심을 준 정서적 학대”라고 썼다고 법원은 밝혔다. 결국 이 사건으로 A씨가 맡고 있던 반은 담임까지 바뀌었다.

 

이 판사는 “아동학대에 해당하거나 학대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는 “A씨는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학생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하려고, 나머지 학생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업 성취를 독려하기 위한 취지로 ‘딱밤’을 때렸다”며 “특별히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행동,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이 이 ‘딱밤’을 무섭게 받아들였지만 강도는 약해 보이고, 부모와 자식, 친구들 사이에서도 놀이 등을 하면서 벌칙으로 있을 수 있는 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A씨가 B양의 책과 색연필을 던졌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봤다. 그는 “같은 반 학생들의 녹취록에서 해당 수업시간에 책이나 색연필 등을 던졌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사건이 발생한 교실구조, 코로나 예방을 위한 투병 가림막까지 있어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훈계? 학대?...교사들 법적 분쟁 휘말려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잘못이 없는데도 법적 분쟁까지 나아간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유치원 교사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2020년 6월 강원 원주의 한 유치원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장난을 치는 원생 3명에게 “여기에서 나오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며 원생들을 약 10분간 화장실에 가둔 혐의를 받았다. C씨는 자신을 찾는 다른 원생과 대화를 한 뒤 10초 뒤 다시 화장실로 갔다고 주장했고 C씨의 주장이 받아들여 졌다. 앞서 5월 울산에서는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교실 앞에 세워두고 야단친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법정에 섰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 담당 기간제 교사는 수업 참여 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책상에 엎드려있게 했다가 2년에 가까운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최근 3년 사이 학생·학부모의 아동학대 주장에 교사가 제기한 아동학대 대응 관련 민원은 2만이 넘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접수된 교사의 아동학대 관련 대응 민원은 2만996건이다. 지난해 한 달 평균 463건이던 아동학대 대응 관련 민원은 올해 한 달 평균 869건으로 1.88배 늘었다. 국민권익위는 민원 분석 결과, 아동학대 혐의만으로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되는 문제, 아동학대 신고 관련 교권 보호가 미흡한 점, 경계가 모호한 정신적 아동학대 판단으로 정당한 교육활동 위축 등이 주된 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는 권익위를 통해 “욕설을 하고, 친구를 때리고, 심각하게 수업 방해를 하더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학생이 있는 곳에서 지적하면 아동학대가 된다”며 “아이가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인가. 심각한 수준의 수업방해를 할 때 교사가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발 마련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다른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무혐의 처분이 났는데도 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이 돼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없다. 무고하게 악성 민원으로 신고 당하면 무조건 범죄자란 말이냐”며 아동학대 행위자 등록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