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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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이재명에 박지현 “‘노무현 정신’ 아예 배반한 행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인터뷰서 “명분 있는 패배가 국민 신뢰 받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 도중 ‘이기는 선거를 해 달라’는 구독자 댓글에 “그게 맞다”며,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던 유튜브 생방송 발언을 두고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노무현 정신을 아예 배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시사저널’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 때 부산으로 가서 멋있게 지고 대통령까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민주당은 더 큰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반대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분 없는 승리보다는 명분 있는 패배가 앞을 내다봤을 때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해 명분도 챙기고 약속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1번지’이면서 당선 안정권이던 서울 종로구를 나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호남당’ 이미지가 강한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영남의 중심 부산에 출마한 일을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노 전 대통령은 상대 후보에게 17.53%p 차이로 크게 패했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무모한 도전이었던 탓에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이때 얻었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내걸었던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제 도입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지난 1년간의 ‘이재명 체제’를 놓고 “혁신·변화한 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고 비판한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변화한 모습을 보이려면 당 차원에서 숱하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던 자기주장에 ‘그 약속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제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며 “이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시사저널에 밝혔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이던 지난 9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한 구독자의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가 달라’는 취지의 댓글에 “그게 맞다”며 “여러분이 너무 잘 알지만 선거는 ‘승부’ 아닌가”라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해 사실상 총선 승리를 위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해 당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는 그간 이 대표가 내세워온 ‘노무현 정신’과 충돌한다. 그는 지난해 2월 서울 명동에서 연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당당하게 지는 길을 가자, 부당하게 이기는 길을 가면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공감한다”면서다.

 

정치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같은 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던 이 대표의 유튜브 발언을 두고 “노무현은 멋있게 졌다, 저런 소리가 무슨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냐고 쏘아붙였다. “완전히 노무현을 부정하는 이야기 아니겠냐”고 반문한 유 전 사무총장은 ‘계속 졌지만 노무현은 언젠가 대통령이 됐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