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던 유튜브 생방송 발언을 두고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노무현 정신을 아예 배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시사저널’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 때 부산으로 가서 멋있게 지고 대통령까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민주당은 더 큰 신뢰를 잃을 것”이라며 “반대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분 없는 승리보다는 명분 있는 패배가 앞을 내다봤을 때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해 명분도 챙기고 약속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1번지’이면서 당선 안정권이던 서울 종로구를 나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호남당’ 이미지가 강한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영남의 중심 부산에 출마한 일을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던 노 전 대통령은 상대 후보에게 17.53%p 차이로 크게 패했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무모한 도전이었던 탓에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이때 얻었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내걸었던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제 도입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지난 1년간의 ‘이재명 체제’를 놓고 “혁신·변화한 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고 비판한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변화한 모습을 보이려면 당 차원에서 숱하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던 자기주장에 ‘그 약속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제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며 “이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시사저널에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한 구독자의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가 달라’는 취지의 댓글에 “그게 맞다”며 “여러분이 너무 잘 알지만 선거는 ‘승부’ 아닌가”라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주장,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해 사실상 총선 승리를 위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해 당내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는 그간 이 대표가 내세워온 ‘노무현 정신’과 충돌한다. 그는 지난해 2월 서울 명동에서 연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당당하게 지는 길을 가자, 부당하게 이기는 길을 가면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공감한다”면서다.
정치계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같은 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던 이 대표의 유튜브 발언을 두고 “노무현은 멋있게 졌다, 저런 소리가 무슨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냐고 쏘아붙였다. “완전히 노무현을 부정하는 이야기 아니겠냐”고 반문한 유 전 사무총장은 ‘계속 졌지만 노무현은 언젠가 대통령이 됐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