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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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 민주당 협조하라

'안전 제일'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경전철 신림선 1공구 공사 현장에 마련된 서울시 찾아가는 선별진료소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안전제일'이란 문구가 새겨진 안전모를 착용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1.8.25 hihong@yna.co.kr/2021-08-25 14:58:11/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9월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적용 유예 의견을 국회에 냈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영세기업들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의회 과반을 차지해 해결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긍정적 입장을 비치면서도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민주당은 영세업체 현실을 감안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려면 ‘3+1’ 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정부·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법 적용이 유예된 지난 2년간 준비 미흡에 대한 사과, 유예 이후 분기별 준비 계획 및 관련 지원 방안 마련, 분명한 시행 의지 표명이 핵심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보장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통과가 추가돼 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도 반대만 할 조건이 아닌 만큼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조속히 개정안에 합의해 통과시켜야 마땅하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1월27일 시행 당시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2년간 적용이 유예된 상태라서 법 개정이 없다면 내년 1월27일부터 똑같이 적용받는다. 하지만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22.9%만이 대응 조치를 마쳤을 뿐이고 89.9%가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 현실이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없애고 근로자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올 들어 산업재해 사망자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줄었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대형 건설업에서는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라도 중대재해 발생의 결과가 아니라 예방을 위한 활동을 게을리한 업체를 처벌하는 식으로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조속히 추진하고 산업현장의 재해를 근본적으로 없앨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