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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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성 대거 발탁·대학 안배, 국정·인사 쇄신 계기 돼야

기재·국토부 등 6개 부처 장관 교체
내년 총선 앞두고 내각 안정에 방점
추가 개각, 진영 떠나 인재 발굴하길
인사 발표 참석한 새 장관 후보자들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기획재정부 최상목(왼쪽부터), 국가보훈부 강정애, 농식품부 송미령,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국토교통부 박상우, 해양수산부 강도형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인선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4 zjin@yna.co.kr/2023-12-04 15:55:1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6명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는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국가보훈부 장관에는 강정애 전 숙명여대 총장이 각각 후보자로 지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는 송미령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오영주 외교부 현 2차관,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강도형 해양과학기술원장이 발탁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개각으로 실무형 관료·전문가 중심의 ‘2기 내각’이 윤곽을 드러냈다. 연말과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내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설명한 것처럼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여성을 적극 등용한 점이다. 6명 장관 후보자 가운데 절반인 3명(중기·농식품·보훈)이 여성 장관 후보자다. 내각 2기 여성 비율을 늘리는 등 다양성을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출신 대학도 안배한 흔적이 뚜렷하다. 그동안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에 편중된 ‘서오남’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 온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협소한 인재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단초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다.

이번 인선은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빠지는 자리에 관료와 학계 등 전문가 출신들을 채우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총선을 앞두고 내각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선이다. 정부 전산망 중단 사태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어수선해진 내각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관료와 전문가를 대거 발탁하면서 참신한 인물 발굴 등 실질적인 다양성은 또다시 뒤로 밀렸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인사로 국정 쇄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2기 내각은 저성장 국면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등을 추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2기 내각이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 위해선 내 편에서만 인재를 고를 게 아니라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로 국민들에게 국정 쇄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라면 진영을 가리지 말고 적극 발탁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은 윤석열정부가 달라졌다고 평가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추가 내각 개편에서 유념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