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일명 ‘오피스 빌런’으로 인한 조직 문화 저해를 막고자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근무성적 평가제도의 ‘가’ 평정 대상자를 뽑아 집중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사무실을 뜻하는 ‘오피스’(office)와 ‘악당’(villain)의 합성어인 오피스 빌런은 업무 떠넘기기나 갑질 등으로 조직에 위해를 끼치는 사람을 비꼬는 신조어다.
앞서 시는 올해 4월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직원으로부터 다수의 성실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하위 근무성적 평정제도인 가 평정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운영한 ‘직원동행TF(태스크포스)’ 간담회에서 비슷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마련됐다. 이후 근무성적 평가는 수(20%), 우(40%), 양(30%), 가(10%) 4등급으로 이뤄졌으나, 가 등급 해당자가 없으면 양의 비율을 40%로 늘릴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직 내 온정주의로 가 등급을 받아야할 직원이 양을 받아 사실상 수·우·양 등급만으로 제도가 운영돼왔다.
시는 직원 40여명이 참여한 ‘가 평정 기준결정위원회’에서 마련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일부 직원에 가 평정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해당자는 성과급(연봉) 미지급, 호봉 승급 6개월 제한, 전보 조처 등이 이뤄진다. 다만 해당 인원 수와 소속 기관은 비공개한다고 시는 덧붙였다. 가 평정 기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경우 소속 부서장은 성과 면담과 가 평정 사전예고를 통해 근무 태도 개선을 요청한다. 만약 대상자가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또 다른 가 평정 기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해당 기관에서 별도로 구성한 ‘가 평정위원회’를 통해 최하 평정을 매긴다.
부당한 최하 평정이 없도록 보호장치도 마련했다고 시는 부연했다. 당사자가 기관에서 부여한 가 평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독립 기구인 감사위원회에서 검증 절차를 거친다. 당사자가 시 평정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할 기회도 제공한다. 가 평정을 받은 직원에겐 성공적 복귀를 위해 2주간 맞춤형 교육이 제공된다. 대상자별 직무역량과 업무태도 등 개인적인 특성을 관리자 면담과 진단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 교육 프로그램 운영시 반영할 계획이다.
가 평정을 받은 당사자의 심리적 충격도 고려해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현장 심리상담실을 설치·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과 전문의 상담도 연계한다. 모든 교육은 강의식이 아닌 실습, 토의, 롤플레이 등 참여형 그룹 코칭 형태로 구성해 교육의 효과를 높일 방침이다. 2주간의 역량 강화 교육이 끝나면 해당 과정별 수행 내역에 대한 성취도 및 교육 참여도 평가를 통해 직무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대상자가 2주간 교육에 불성실하게 참여하거나 성취도 평가 결과가 매우 미흡할 경우 직위해제된 뒤 3개월간의 심화 교육을 받아야 한다. 대상자가 심화 교육을 받은 후에도 직무태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최악의 경우라면 직권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시는 강조했다.
교육·평가가 종료된 후엔 직무역량에 맞는 적합한 부서와 보직을 찾아 배치한다. 직무 복귀 후에도 1대 1 코칭, 개인 역량 개발 교육 등 필요한 지원을 지속한다. 정상훈 시 행정국장은 “오피스 빌런이라 불리는 행위를 퇴치해 조직 전반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시민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가 평정이 부여된 직원들이 맞춤형 교육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공직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