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단행한 6개 부처 장관직 교체에 따른 중폭 개각에서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하는 등 경제팀 내 정책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여성 후보자를 3명 발탁하며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을 주류로 했던 기존 내각과는 사뭇 달라진 인선을 보인 점이 눈에 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6개 부처 장관직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인선 발표 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지명받았다”며 “국회 청문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주거 안정, 교통 편의 증진,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 지역 주민들과 할 일이 산적한 부처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공직 기간 내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조로 일해왔다”며 “발로 뛰면서 세심하게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이 자리에 서기 전에 독립과 호국과 민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다”며 “나라가 저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면 해야 한다는 각오로 나왔다”고 밝혔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해수부는 국제 협력과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정 분야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온 힘을 바쳐 일하고 그것이 또한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지내 거시경제,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정통 관료로 평가된다. 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경제부총리에도 현 정부 인사를 중용했다는 점에서 정책 소통과 일관성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 부진 등 산적한 과제 속에 윤석열정부가 그간 추진한 감세와 재정건전화 등 차별화한 경제 정책들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탁 인사 6명 중 여성은 강정애, 송미령, 오영주 3명이었고, 서울대 출신은 최 후보자 1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여성 장관 비율을 늘리면서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우선 기용하라는 인선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 1970년대생 여성 인재 풀을 확충하라”며 정무직 인선에 제약을 두지 말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따라 이번 개각을 앞두고 후보자들에 대해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 역시 국토부 내에서 주택·토지 정책을 두루 다룬 정통 관료 출신이다. 오 후보자는 경제 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2차관을 지냈다. 송 후보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도농 균형발전 전문가다.
숙명여대 총장을 지낸 강정애 후보자는 원로 여성 경영학자다. 이 밖에 강도형 후보자는 이날 인선된 후보들 중 최연소인 1970년생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을 지낼 당시에도 파격 발탁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정책실장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하고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2기 참모진’의 공식 출발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 배우자에게 “부군께서 집에 일찍 못 들어오더라도 잘 좀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일하는 정부로, 국정 성과와 개혁 완수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개각을 호평하고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개각 발표를 두고 “총선 출마자들이 도망친 자리를 채우는 ‘도주 개각’”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정 실패의 책임을 물어 경질했어야 마땅한 사람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총선에 내보내겠다고 판을 깔아 준 꼴”이라며 이같이 질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앞서 당 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예산안도 처리 안 됐는데 개각설과 총선 출마설이 말이 되느냐”며 경질을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임명 3개월 만에 이 사람을 총선에 내 보겠다? 그만두겠다고 또 인사청문회를 하는데 ‘말이냐 막걸리냐’”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 ‘원포인트 교체’ 시점은? 방통위원장 김홍일 내정설에 시끌
향후 이어질 추가 개각의 대미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교체 시점과 여야 대치 전선이 형성된 방송통신위원장 인선이 꼽힌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부처에 대한 중폭의 개각을 단행함에 따라 앞으로 늦으면 내년 초까지 7∼8명의 장·차관이 추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한 장관의 교체는 기정사실이지만 시점이 유동적이다. 단독 교체로 출마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에 ‘원 포인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후임으로는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과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제기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 속에 전격 사퇴하면서 방통위원장은 여야 대치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김 위원장과 함께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도 후보에 올라 있다.
현 정부 외교 라인도 개편이 예고돼 있다. 후임 없이 사퇴한 김규현 전 국정원장 후임 지명과 함께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당초 총선 출마와 유임설이 동시 제기됐으나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론이 불거지며 경질성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연쇄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으로부터 고향인 수원 지역구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방 장관은 지난 9월 임명됐다. 이날 발표되지 않은 금융위원장 후임으로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된 상황이다.
총선용 차관 인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총선 출마를 검토 중이고, 박성훈 해수부 차관도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교체가 발표된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 6개 부처 장관은 모두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시된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에 돌아가 상의하겠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경기 분당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부사 사하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례대표 출신인 이영 중기부 장관도 서울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