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고쳐 쓰기’가 불가능하다며 탈당한 이상민 의원을 겨냥해 날 선 반응 보인 민주당 의원들을 조응천 의원이 5일 ‘학교폭력 가담자’에 비유하며 아연실색했다.
민주당내 ‘비이재명계’이자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멤버 중 한 명인 조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그동안 ‘학폭의 방관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더글로리’ 박연진과 함께 문동은을 학폭했던 ‘학폭의 가담자’가 아닌가하는 그런 느낌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 탈당을 어떻게 보느냐’던 질문에 “시니컬하게 뒤에 다 대고 얘기하는 거 보고 안타깝고 놀랐다”는 조 의원이 이어진 ‘개인의 영달을 위한 거다, 국회의장 되려고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는 진행자 반응을 거드는 과정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이 의원을 향한 맹비난을 단순히 지켜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합세해 비난의 크기를 더 키워갔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말하면서도 조 의원은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 질문에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전권 다 주겠다고 온갖 감언이설로 모셔놓고 나서는 지금 40일 정도 지난 다음에 거의 단물 빨아먹은 껌처럼 뱉으려고 하지 않느냐”며 이러한 국민의힘 상황을 보고서도 이 의원이 과연 발길을 그쪽으로 향하겠냐는 취지로 반문했다.
자신의 ‘정치적 꿈’을 실현할 수 있고 또 뜻을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간다는 이 의원이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심차게 출범한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의 ‘주류 희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국민의힘을 보고도 설마 ‘같이 해볼까’ 등 생각을 하겠냐는 거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3일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오늘자로 민주당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지만 한편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4년 정치에 입문했을 때 열린우리당 슬로건 ‘깨끗한 정치, 골고루 잘 사는 나라’는 그때는 물론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며 “그 이후 5선에 이르기까지 나름 치열한 노력과 함께 성과와 보람도 있었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민주당과 함께하며 대전 지역구에서의 내리 5선으로 당과 같이 걸어온 길을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의원은 한때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몸서리를 치면서도 그간의 애정이 워낙 컸던 탓인지 쉽사리 끈을 놓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듯 민주당과의 영원한 이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의 탈당 결심에는 민주당을 민심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바로 세우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꿈을 펼치고자 노력해왔음에도,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사당화(私黨化)가 이뤄졌고 특히 강성 지지층인 ‘개딸’ 세력으로 인한 ‘개딸당’으로의 변질이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 그는 버티며 우기고 잡아떼는 파렴치한 행동이 상습적이 됐고, 게다가 ‘내로남불’이나 ‘후안무치’ 등 모습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제는 당이 ‘고쳐 쓰기’조차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이 의원은 가슴을 짓누르는 양심의 가책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면서, 현재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희망과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에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먹던 우물에 침은 뱉지 말라”는 말로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까지 피해 주지 말라는 뉘앙스로 반응했다.
박 의원은 “2008년 자유선진당, 이번에는 국힘으로 가는 거냐”며 “5선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한 번 더하고 싶냐”고도 따져 물었다. 열린우리당 시절인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이 15년 전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했을 당시에 탈당,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한 뒤 2011년 친정인 민주당에 복귀한 일을 끄집어 온 것으로 보였다. 민주당을 떠나 다른 당적을 갖고 총선에 나가려는 욕심이 이 의원의 솔직한 속내 아니냐고 따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 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인 대전 유성구민들에게 죄송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SNS에서 “유쾌한 결별이라며 가볍게 툭 털어버리기에는 그동안 선택을 받아왔던 민주당 5선 국회의원이 아니냐”며 “그동안 지지해주신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었다면 이렇게 민주당을 욕하고 떠나기 전에 많은 국민께서 왜 비판하는지 본인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전 유성(을) 지역분들께는 민주당이 아프게 패배한 지난 지선과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지역 승리를 이끄셨다”며, “민주당이 부족하면 혼내시기는 해도 이상민 의원처럼 버리지는 않는다”고 부각했다.
전용기 의원도 SNS에서 “결국 국회의장을 위해 당과 동지들을 팔고 가셨다”며 비판했고, 조승래 의원은 “모로 가도 국회의장만 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라며 “개인의 영달을 위한 탈당으로 정권심판의 대열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 의원의 전격 탈당 선언은 단순 홧김에 따른 게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내려진 ‘어려운 결론’이었을 거라고 국민의힘이 존중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에서 이상민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며, “이상민 의원이 평소 소신과 철학을 지키려 노력했던 점에 비춰보건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조심스레 짚었다. 이어 “놀라운 것은 한솥밥을 먹었던 민주당 의원들의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이라며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가 탈당을 해야 할 정도로 (민주당) 내부가 곪아있다면, 민주당 스스로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회의라는 무게감을 생각할 때, 이러한 자리에서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 의원을 언급한 대목이 주목된다. 이 의원의 탈당에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는 ‘슈퍼 빅텐트’로의 합류 가능성에 국민의힘은 내심 기대를 품는 분위기인 터다. 이 의원은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카이스트)에서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초청 강연 무대에도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