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끝나자 제작진 명단이 올라가며 노래가 울려 퍼진다. 군가 ‘전선을 간다’인데 화면에는 전두환을 비롯한 실제 ‘하나회’ 소속 인물 단체 사진이 띄워진다. 답답함과 씁쓸한 기분을 느끼던 군필 관객 중 일부는 자기도 모르게 군가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선 “엔딩 때 이거 들으면서 씁쓸했다”, “결말 생각하면 부르기 싫은 데 따라 부르게 된다” 등의 후기가 잇따른다.
흥행 가도를 질주하는 이 영화는 1979년 12월12일 서울에서 일어난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10·26 사태 이후 전두광(황정민 분)은 육사 11기를 중심으로 조직된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를 막아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을 비롯한 진압군과 대립 구도가 주 내용이다. ‘별’으로 통하는 장성급 장교와 중령, 대령 등의 여러 영관급 장교가 극을 이끈다. 이를 본 젊은 장교들은 어떤 감상일까.
“결말을 알고 있어서 더 씁쓸한 영화다.”
대학원생인 예비역 중위 임모(28)씨가 남긴 한 줄 평이다. 임씨는 영화를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거나 한숨 쉬는 관객이 많았다”며 “각자 당시 역사에 대해 답답함을 표출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 속에서 최악의 상황에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부분이 너무 갑갑했다”고 부연했다.
2주 전에 영화를 본 예비역 중위 황모(27)씨도 부정적인 후기를 남겼다. 황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며 “특히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물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악당으로 나오는 전두광이란 인물이 배짱 있고, 책임감 있어보였다”며 “(전두광 등 반란군에)거의 단신으로 맞선 이태신 장군의 고독함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예비역 중위 원모(27)씨는 영화 후반부 이태신 장군의 작전참모가 이 장군을 저지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원씨는 “수경사 작전참모는 이 장군의 부하이면서 본인의 부하이기도 한 병사들의 목숨과 상관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부하를 지키기 위해 상관에게 총을 빼 들었지만, 차마 이 장군을 저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색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많은 현역 장교도 저 상황에서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역 육군 대위 A씨는 소감을 묻자 영화 초반 이태신 장군 대사를 떠올렸다. A씨는 “이태신 장군이 말한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사실 군이라는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무리를 나누는 우리나라 문화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굳이 선과 악을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무력에 굴복하거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도망가는 무능한 이들을 보며 분노했다”고 강조했다.
5일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13일 만에 누적 관객수 480만을 돌파했다.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 중 1000만 영화 ‘범죄도시3’, ‘밀수’에 이어 흥행 3위다. 곧 514만 관객 ‘밀수’ 기록도 넘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최단기간 도달 기록으로 100만(개봉 4일째), 200만(개봉 6일째), 300만(개봉 10일째), 400만(개봉 12일째) 순이다.
관객몰이 중인 이 영화는 사건이 벌어진 시대와 한참 떨어진 MZ세대 사이에서도 화제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탓에 중장년층 관객이 많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건강 애플리케이션이나 스마트워치 심박수 측정 기능을 이용해 높은 심박수를 인증하는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까지 유행 중이다. 긴박한 전개와 한국 현대사에 대한 호기심이 젊은 층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이날 멀티플렉스 씨지브이(CGV) 관객 분석을 보면 연령별 예매 분포는 20대와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가 30%로 가장 예매율이 높았으며 20대가 26%로 뒤이었다. 반면 2030세대 대비 40대(23.2%)와 50대(17.1%)에선 낮은 예매율이었다. 2030세대 예매율은 56%로 4050세대(40.3%)와 비교해 16.3%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