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제 개편 종착지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몰이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지 일주일 만에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한 모양새다. 그러나 당내·외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선거제 개편이 당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5일 YTN 라디오에서 “연동형 비례제는 내각제와 같이 가는 다당제 구조지 대통령제와 같이 가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며 “그건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과연 적절한 제도인가를 큰 차원에서 판단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결단이 필요한 때가 오고 있다고 본다”며 당이 조만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물론 약속은 지켜야 되는 거고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당당하게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다음에 사과하고 이런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하는 이 대표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연동형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을 약속했었다.
당 지도부의 이러한 입장에도 연동형 유지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손학규 전 대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병립형 회귀에 대해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공고화하고 정치적 대결 구조를 심화시키는 커다란 후퇴”라고 비판했다. 원내에서도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지난달 29일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하면서 지도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병립형과 연동형에 대한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외부 상황은 지도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게 되면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등 민주당 계열 신당이 난립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조국 신당 만드냐’는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승리, 대선 공약 파기, 신당 문제가 얽혀 복잡한 방정식을 만들면서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