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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사기 수사 무마하려 '사건 브로커'에 18억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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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사기 피의자, 재판서 증언
“1년 동안 외제차·현금 등 건네”
효과 없자 ‘거래 녹취록’ 檢 제출
정치인·경찰 등으로 수사 확대

“캐리어에 5억원을 담아 동생이 차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5일 ‘사건 브로커’ 성모(62)씨의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202호 법정. 성씨에게 금품을 건넨 탁모(44)씨는 2020년 12월22일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광주 A레포츠클럽에서 동생과 함께 성씨를 만난 탁씨는 동생이 자동차 키를 넘겨받아 주차장에서 성씨 차량 트렁크에 돈을 실었다고 진술했다.

 

광주지방법원. 뉴스1

이날 탁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코인(가상자산) 사기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성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성씨는 이전에 탁씨로부터 몇차례 수천만원을 받았지만 수사 무마 효과를 보지 못하자 15억원가량을 요구했다. 탁씨는 5일 후인 27일 성씨에게 5억원을 건넸다. 이번에는 주점에서 탁씨의 동생이 키를 건네받아 차량의 트렁크에 돈가방을 실었다. 돈을 건넨 이후 탁씨의 동생은 사진을 찍어 만일에 대비했다. 탁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환전해 필요한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브로커 사건’의 전말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이런 방법으로 탁씨는 성씨에게 사건 무마용으로 18억원가량의 금품을 전달했다. 하지만 성씨 측은 받은 돈의 일부를 탁씨 측에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성씨와 탁씨는 한때 돈을 주고 받을 정도로 깊은 관계였지만 이날 법정에서는 서로의 혐의를 벗기 위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5억원의 전달 과정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성씨에게 10억원을 요구받고 어떻게 돈을 전달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고 물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로커 사건은 성씨가 2020년 8월부터 1년간 코인 투자 사기 피의자인 탁씨로부터 자신의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외제차와 현금을 건네받으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탁씨가 이후에도 경찰 수사가 계속되자 그동안 성씨와 검은 거래가 담긴 녹취록을 넘기면서 검찰에 넘기면서 수사가 본격화했다.

 

이날 법정에서 탁씨 측이 그동안 성씨를 비롯해 여러 명에게 금품을 건넨 ‘장부’를 휴대폰에 남겼다고 진술해 이 ‘판도라 상자’가 열릴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브로커 사건 수사는 국회의원과 정치인, 경찰 치안감, 자치단체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성씨가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해 여야 국회의원 3∼5명의 보좌관 등을 통해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