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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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한 달…개미 반발은 여전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에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개선 방안을 둘러싼 이견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과 유관 기관들은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통일하는 대안을 내놨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가 여전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에 기관들이 상환 보다 버티기로 대응하면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공매도 효과는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키웠다. 국회에서 관련 법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 공매도 개선안은 사실상 연내 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금지조치 한달…합의점 난항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플랫폼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청원은 이날 동의인 수 5만명을 넘겼다. 공매도가 지난달 6일 금지됐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공매도 잔고는 금지 이후 지난달 30일 기준 코스피 22%, 코스닥 15%가 감소했지만 공매도가 많은 이차전지 관련주의 잔고는 크게 줄지 않으며 공매도 금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대외 신뢰도 하락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인과 기관이 90일 내 공매도를 상환한 뒤 1개월간 같은 종목에 대한 재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연장이 가능하다면 사실상 무기한 공매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예외로 지정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전면 금지하고, 공매도 담보비율도 당국이 제시한 105%에서 1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도 당국과 이견이 있는 부분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개선안이 발표됐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개인의 공매도는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유관 기관은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 부장은 전날 공매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공매도 개선은) 시장 형평성 차원에서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게 주요 목적”이라며 “대차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인 규칙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위배되지 않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주식시장부장도 “개인과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거래나 결제 구조에 차이가 있어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해당 토론회는 개인투자자와 유관기관이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장으로 기획됐으나 정 대표가 토론 형평성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사실상 유관기관의 설명회처럼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갈리면서 연내 공매도 개선 법안 통과는 불투명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여야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과 공매도 담보비율을 105% 낮추는 방안 등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 ATM기 모습. 뉴시스

◆ 이상 외환송금 5대 은행 등 중징계

 

16조원 규모의 불법 외환송금과 관련해 금융 당국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등 9개 금융사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와 해외 가상자산 시세차익을 노린 ‘김치 프리미엄’ 범죄를 방치하거나 연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례회의에서 9개 금융사의 이상 외환송금 건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우리은행은 3개 지점에 대한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와 함께 3억1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우리은행의 이상 외환송금 규모는 16억2000만달러(2조1287억원) 규모로 다수 영업점 직원이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돼 처벌 수위가 높았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지점은 신규 외국환 지급 업무가 중지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각각 1개 지점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제재가 확정됐다. 과징금은 신한은행에 1억8000만원, 하나은행에 3000만원, NH농협은행에 2000만원이 부과됐다.

 

KB국민은행(3억3000만원), SC제일은행(2억3000만원), 기업은행(5000만원), 광주은행(100만원) 등은 과징금 처분만 받았다. 이상 외환송금 규모가 50억4000만달러(6조6225억원)로 가장 컸던 NH선물은 본점 외국환업무에 대해 5.2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졌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이들 금융 기관의 이상 외환송금 규모를 조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3개 금융사에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며 해외로 송금한 거래액은 122억6000만달러(16조1096억원)에 달했다. 이 중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거래액이 52%를 차지했다. 자금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쳤는데 수입대금 등 무역거래로 가장한 금액이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는 국내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해 차익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금융위는 금융사들이 증빙서류 확인 의무, 서류 보관, 송장 확인 의무 등을 소홀히 했다고 봤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타이어, 3년 만에 다시 형제의 난

 

2020년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후계 구도를 놓고 발생했던 형제들 간 분쟁이 3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후계 구도에서 배제됐던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회사 벤튜라는 5일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전일 종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2만원에 주식을 사들여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까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벤튜라는 공개매수 목적을 “경영권 확보”라고 했다. 최대주주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올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고 회사의 안정적 운영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과 후계를 놓고 분쟁을 벌였던 조 고문이 벤튜라 공개매수에 함께했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합작한 것이다. 조 명예회장 차녀인 조희원씨도 공개매수에 합류했다. 조 고문(18.93%)과 조씨(10.61%) 지분을 합치면 29.54%다. 공개매수 성공 시 조 고문과 조씨, 벤튜라 지분을 합치면 49.89∼56.86%다. 조 회장(42.03%)을 넘어선다. 첫 번째 분쟁 때 조 고문과 함께했던 조 명예회장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이번엔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일가의 ‘형제의 난’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 회장에게 블록딜 형태로 넘기면서 시작됐다. 조 명예회장이 차남 조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하자 조 고문·조 이사장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는 경영권 분쟁 여파로 전일 대비 29.9% 폭등하며 2만1850원에 마무리됐다. 주가가 계속 2만원 이상이면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