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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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제도 악용해 159억원 전세사기 부동산 대표, 혐의 인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지원 제도를 악용해 159억원 상당을 가로챈 부동산 법인회사 대표가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대표는 피해 세대만 2000세대 이상인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대전지역 부동산 법인회사 대표 김모(49)씨에 대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씨는 “선순위보증금 미납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범행은 인정하나 일부 혐의사실의 경우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0년 3월부터 자신 명의의 다가구주택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속여 공사로부터 임대차보증금 15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LH가 입주 대상 수급자들이 살 주택을 물색하면 우선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했다.

 

근저당권 설정액과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의 합계가 90%가 넘으면 LH와 계약을 할 수 없는데도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해 전세보증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다가구주택을 외상으로 시공한 뒤 완공된 건물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어 공사에서 받은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출 이자를 납부하다가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기존 임차인 보증금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등 이른바 ‘돌려막기’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LH가 운영하는 제도를 악용해 건물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상환하고 임차인 보증금으로 이자를 납부하는 방법으로 전국에 수백채의 다가구주택을 보유했다”며 “2020년부터 수년 동안 LH를 기만해 총 155회에 걸쳐 159억48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전세지원금 명목으로 편취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2021년엔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중개사무소 등록증을 대여받고 공인중개사 상호를 사용하는 등 79회에 걸쳐 중개사무소를 대여받았다.

 

김씨는 LH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사건 외에도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다가구주택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김씨 관련 전세사기 피해가 최소 2000세대 이상 규모로 파악되며,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는 피해 세대 3000세대, 피해 금액은 최소 3000억원이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본인과 친동생, 여자친구, 법인회사 명의로 소유한 건물만 200여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공판에는 피해를 본 대책위 세입자들 가운데 30여명이 참석해 방청했다.

 

김씨 변호인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기일 진행 동안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하자 피해자들은 실소를 터뜨리거나 기가 막히다는 등 한숨을 쉬기도 했다.

 

박상연 대책위 부위원장은 “김씨가 가진 모든 건물과 토지가 근저당이 최대한으로 잡혀있어서 금융기관에 우선 변제하고 나면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2월 5일 열린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