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가 답보 상태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공·사적연금 가입자의 향후 수급액을 예측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현재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통계청이 국민, 직역연금 등 11종의 연금을 통합한 포괄적 연금통계를 처음으로 공표했지만 개인연금 관련 가입기간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급액 중 개인연금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관련 통계가 정비돼야 실효성 있는 연금개혁 논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7일 통계청이 지난 10월 공표한 포괄적 연금통계를 보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가입기간 통계는 실려 있지만 개인연금의 가입기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령 2021년 기준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가입기간은 각각 10.1년, 14년으로 파악됐지만 개인연금은 가입자 수와 월평균 연금 보험료만 명시됐을 뿐 가입기간과 납입 방법 등의 정보는 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개인연금 가입자 수는 543만7000명으로 나타났고, 이들은 월평균 32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조사 기간에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냈다면 가입자 수에 포함됐고, 월평균 보험료는 일시금을 포함해 당해 낸 개인연금 보험료를 월별로 나눠 산출했다. 543만명이 넘는 개인연금 가입자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개인연금에 가입했는지, 또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총 얼마인지 등을 포괄적 연금통계로는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수급 측면에서 개인연금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개인연금 수급자는 2016년 12만명에 그쳤지만 2019년 22만4000명으로 2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2020년 27만4000명, 2021년 32만5000명으로 불어났다. 월평균 수급금액 역시 2017년 49만6000원에서 2018년 50만1000원, 2019년 54만2000원, 2020년 54만4000원, 2021년 57만8000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수의 경우 최근 5년 감소 추세에 있지만 2021년 전체 연금가입자의 22.9%를 차지해 국민연금(90.6%), 퇴직연금(30.6%)의 뒤를 이었다.
이처럼 개인연금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가입기간 등의 정보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을 경우 미래 노년층의 소득 수준은 제대로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전체적인 노후소득 수준에 따라 국민연금 등의 개혁 방안도 정해지기 때문에 개인연금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연금개혁도 ‘반쪽’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하지만 개인연금 특성상 가입기간 등의 통계를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개인연금은 가입했다가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특정 시점의 규모는 알 수 있지만 얼마나 유지했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금융상품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세금 관련한 개인연금(세제적격) 데이터만 받지 연금 전체 데이터를 받진 않는다”면서 “매년 들어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그걸 연계해서 가입기간까지 산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연금 관련 통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더 높일 수 없으니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으로 보장하자는 게 다층 노후소득보장”이라면서 “연금 가입 현황을 단순히 묶어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노후소득 전반을 보여주는 통계가 만들어져야 연금개혁을 논의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