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간판’ 부재로 지지부진하던 ‘제3지대’가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최근 여야 모두에서 거물급 인사가 제3지대를 겨냥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다.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웠지만 결국 ‘빈손’으로 조기 해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사이 여야를 가로지르는 ‘제3지대 빅텐트’가 쳐지는 양상이다.
제3지대 주자 중 한 명인 금태섭 전 의원이 결성한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와 정의당 내 청년 의견그룹 ‘세번째권력’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지대 빅텐트를 겨냥한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주목받는 건 금 전 의원 때문이다. 그가 최근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사이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금 전 의원은 전날 이준석 전 대표와 약 3시간 동안 공개토론도 벌였다. 금 전 의원은 “지금은 이념과 생각이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양보하고 희생, 헌신하며 한국정치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누구하고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말 금 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사무실을 찾았고, 이 전 대표가 이 자리에서 금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부터 여러 여론조사에 무당층이 30% 안팎을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제3지대론이 부각됐지만 간판급 인물의 부재로 최근까지 시들하던 터였다. 그러다 여권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고 야권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하면서 다시금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반윤(반윤석열) 상징성으로,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 기반 지지층을 끌어와 제3지대 정당을 이끌 수 있는 간판이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전 대표는 최소 여권 안에서 반윤석열 또는 비윤석열의 상징적 인물”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주자였고 전남도지사도 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다소 취약한 호남에서 일정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간판급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정당의 본격적인 활동은 연말 국회가 마무리되고, 새해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대 총선 때)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 말에 탈당해서 다음해 2월에 국민의당을 창당했는데 호남에서 3석 빼고 다 들어갔다”고 했다. 박 평론가도 “연말에는 정치권이 쌍특검과 예산안에다가 각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뜨기 시작하면서 이목이 거기로 쏠릴 것”이라며 “이런 이슈가 일단락되고 새로운 ‘총선의 시간’이 시작되면 신당이 한 3개월 동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