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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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의 ‘커리어 하이 42점’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3연패의 늪 빠지며 ‘통합 4연패’ 적신호 켜졌다

“우리 팀엔 대한민국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가 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2023~2024 V리그 3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10일 인천 계양체육관. 경기 전 만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외국인 아포짓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상태를 물었다. 링컨은 지난 7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팀 훈련을 소화하다 허리부상을 당해 결장한 바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링컨의 허리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라면서 결장이 장기화될 것을 시사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임동혁.

그러면서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자신있는 말투로 “우리 팀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인 임동혁이 있다. 비시즌간 국가대표팀에서도 국제 대회를 많이 소화했기에 기량은 더 올라온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마크 에스페호도 아포짓 포지션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선 정한용도 아포짓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링컨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선수가 베스트 옵션이 될 수 있는지 찾는 게 더 중요하다”라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임동혁은 한국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다”라고 힘줘 말했다.

 

임동혁을 향한 틸리카이넨 감독의 찬사, 이는 결코 선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 임동혁은 이날 경기 내내 2m1의 신장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특유의 강한 파워를 앞세운 스파이크로 대한항공의 공격을 주도했다.

 

1세트부터 팀 공격의 48.48%를 책임지면서도 68.75%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1점을 몰아친 임동혁은 2세트엔 한층 더 기어를 올렸다. 임동혁의 2세트 공격 성공률은 73.33%로 더 올랐다.

 

대한항공은 1세트를 따냈지만, 2세트는 듀스 접전 끝에 막판 뒷심에서 달리며 패했다. 3세트도 세트 중반까지 대한항공은 끌려갔다. 지난달 30일 우리카드전 0-3, 지난 7일 우리카드전 1-3 패배에 이어 3연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임동혁은 변함없이 확률 높은 고공 강타를 때려줬다. 뿐만 아니라 웜업존의 동료들을 향해 파이팅을 촉구하는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임동혁의 분전은 빛났지만, 대한항공의 전체적인 경기력은 지난 6일 OK금융그룹전 3-0 승리를 통해 12연패를 끊어낸 KB손해보험을 압도해내지 못했다. 임동혁에 이어 2옵션 역할을 해줘야 할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의 부진이 뼈아팠다. 정한용은 3세트까지 11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42.86%에 그쳤고 범실이 8개나 됐다. 지난 7일 우리카드전을 통해 시즌 첫 선을 보인 기존의 토종 에이스인 정지석도 아직 교체로만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없었다.

 

3세트도 접전 끝에 세트 막판 뒷심 부족으로 내주며 세트 스코어 1-2로 몰리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4세트 들어 선발 세터를 한선수로 바꾸고,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에 이준, 미들 블로커도 3세트 교체 투입한 김민재와 그의 파트너에는 4세트 들어 첫 선을 보인 진지위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임동혁은 4세트에도 맹위를 떨쳤다. 교체 멤버들도 분전을 이어가 대한항공은세트 중후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치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가는 듯 했으나 KB손해보험에도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라는 ‘필살기’가 있었다. 대한항공 블로커들은 비예나의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앞세운 고공강타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여기에 교체 투입된 정지석이 22-23에서 공격 범실과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가로막히며 4세트마저 내주면서 세트 스코어 1-3(25-23 29-31 22-25 22-25)로 패하면서 3연패의 늪에 빠졌다.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안드레스 비예나.

이날 임동혁은 홀로 42점을 공격 성공률 66.10%로 몰아치며 2021년 10월27일 현대캐피탈전에 기록한 38점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반면 비예나는 공격 성공률 68.33%로 43점을 몰아치며 임동혁과의 ‘아포짓 쇼다운’에서 대등하게 싸웠지만, 팀 승리를 가져가며 판정승을 거뒀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