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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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예나(KB)-임동혁(대한항공)의 명품 아포짓 ‘쇼다운’은 무승부...승패를 가른 건 2옵션의 활약과 범실이었다

열두 번을 내리 지면서 그냥 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연승을 시작한다. KB손해보험이 ‘디펜딩 챔피언’이자 ‘통합 4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을 잡고 2연승을 달렸다.

 

KB손해보험은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안드레스 비예나의 변함없는 활약 속에 홍상혁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곁들여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3-25 31-29 25-22 25-22)로 꺾었다.

 

지난 6일 OK금융그룹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12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던 KB손해보험은 2위이자 통합 4연패를 노리는 강팀인 대한항공까지 잡아 상승세를 이었다. 승점 3을 챙긴 KB손해보험은 승점 13(3승12패)로 6위 현대캐피탈(승점 13·3승11패)과 승점이 같아졌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밀려 순위 상승은 뒤로 미뤘다. 두 팀은 오는 1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탈꼴찌를 건 ‘외나무 다리 매치’를 벌인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우리카드전 0-3 완패, 지난 7일 우리카드전 1-3 패배에 이어 이날도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패하며 시즌 첫 3연패에 빠졌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KB손해보험의 비예나, 대한항공의 임동혁이 펼치즌 아포짓 스파이커 ‘쇼다운’으로 펼쳐졌다. 비예나는 팀 공격의 56.07%를 책임지며 블로킹 2개 포함 43점을 폭발시켰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면서도 공격 성공률은 무려 68.33%에 달했다.

 

단순히 성공률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이날 KB손해보험의 리시브 효율은 35.80%로 44.57%를 기록한 대한항공에 비해 약 10% 가량 낮았다. 이는 그만큼 비예나에게 하이볼로 올라온 상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예나는 오픈으로 기록된 공격은 43.75%(7/16)에 그쳤지만, 후위 공격을 무려 25개를 시도해 20개나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무려 80%다. 비예나가 성공시킨 20개의 후위 공격 중에는 잘 셋팅된 공격도 있지만, 흔들린 리시브를 처리하거나 디그되어 올라온 하이볼을 후위공격으로 처리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날 비예나는 최고 수준의 하이볼 처리능력을 뽐냈다.

 

임동혁도 2021년 10월27일 현대캐피탈전에 기록한 38점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인 42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도 66.10%에 달했다. 임동혁 개인은 비예나와의 아포짓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결국 임동혁과 비예나를 받치는 2옵션들의 활약과 범실에서 갈렸다. 대한항공의 2옵션 역할을 해줘야 할 정한용은 11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공격성공률이 42.86%에 그쳤고 범실도 8개나 범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의 홍상혁은 블로킹 1개 포함해 68.42%의 높은 공격 성공률도 14점을 올렸다. 여기에 범실은 KB손해보험이 단 18개만을 한 반면 대한항공은 33개나 됐다. 여기에서 이날 승부는 갈린 셈이다.

 

승장인 KB손해보험의 후인정 감독은 “연승을 하게끔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선수들이 미팅에서 했던 약속들이나 훈련에서 준비했던 것들이 잘 나와서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 비결을 설명했다.

 

후 감독은 2세트까지 임동혁이 맹위를 떨치자 작전을 바꿨다. 임동혁에게는 여건이 되면 블로킹이 따라붙되 원 블로킹만 붙고,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을 최대한 봉쇄하는 작전이었다. 후 감독은 “어차피 오늘 임동혁은 블로킹으로 잡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 상대 세터들의 토스워크가 워낙 빨라서 리시브가 되면 투 블로킹이 붙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임동혁에게는 원블로킹에 수비로 버텨보자는 판단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후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임동혁에게 42점을 내주긴 했지만, 나머지 득점루트를 철저히 봉쇄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패장인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KB손해보험에 축하를 건넨다. 기회가 정말 많았는데 그걸 하나도 잡지 못했다. 그랬으니 당연히 이길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훈련 방식이나 강도에는 경기 전에 설명했듯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기고 지고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결과는 두 번째다. 우리의 플레이를 잘 다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다음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