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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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입주물량 감소…신규 분양도 줄어든다”

급락 vs 약보합
뉴시스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걸쳐 바닥을 찍은 뒤 회복세를 보여온 주택시장이 다시금 차갑게 식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도 내림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폭의 하락을 전망하는 이들과 약보합 수준을 예측하는 의견이 모두 나오고 있다.

 

11일 뉴시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내려 5월 셋째 주(-0.01%) 이후 2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강북구(-0.06%), 금천구(-0.06%), 구로구(-0.04%), 관악구(-0.04%) 등 외곽 중저가 지역은 물론 강남구(-0.05%), 서초구(-0.01%) 등 핵심지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났다.

 

실거래가 기준 집값이 크게 하락하자 매수대기자들이 시장에 대거 참여했다가 고점에 거의 다다르자 거래가 재차 뜸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집값 수준이 약보합과 강보합을 오가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집값이 현재 대비 최대 30%까지 떨어질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교보증권이 지난달 발간한 내년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하락포기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 최고점 대비로는 50%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대출 종료, 시장금리 상승, 입주물량 등 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실거래가부터 다소 극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역전세난 확산, 이자부담 가중 등 영향으로 5% 이상의 하락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집값이 고점을 형성했던 시기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이 높았는데, 이자 상환 여력이 부족한 이들 세대의 매수 집중은 향후 신용 리스크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트리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격이 크게 빠지긴 어려우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일단 겨울은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정책적 부재기라 집값이 주춤하다는 분석이 있다.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회복하자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 가격차가 커서 나타나는 일시적 휴지기라는 시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중단과 내년 시작될 신생아·청년 관련 정책대출 개시의 사이에 있고 비수기에 진입하기도 했다"며 "강남3구, 마용성 등 선도지역의 회복이 너무 빨라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보니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 원하는 가격 편차가 있는 것"이라고 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지금의 하락 기조는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의 간극이 커짐에 따라 소수의 거래만 이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완만한 기울기의 우상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금리도 더 이상 높아질 가능성은 없고 토지가와 건축비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등으로 1% 내외의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중금리 하락,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선호현상이 집값의 하방지지선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은행 수신금리가 내리고 있는데, 코픽스와 연동된 것이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내린다는 신호"라며 "금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거래량이 늘고 하락기조도 1월 들어서면 끝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고 대표는 "내년 입주물량이 줄고,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세가가 상승하면서 오르는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부동산 시장 상황이 호전됐고, 공급이 올해에 비해 적다는 점도 집값 급락을 막는 이유로 꼽힌다.

 

윤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PF시장이 썩 좋지는 않지만 지난해 이맘때 이맘때 레고랜드발 PF 자금경색이 있어 둔촌주공도 자금조달이 안 됐었는데 그때보다는 사정이 낫다"며 "빅스텝 중이던 지난해에 비해 지금은 금리 불확실성도 걷혔고, 전셋값도 작년 급락했지만 지금은 상승 추세가 확보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내년엔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분양도 줄어든다"며 "매수 대기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있든 신축분양을 고려하든 분양가가 싸지도 않지만 공급도 적어지면서 내년은 인플레이션 반영 속도가 빨라지는 해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