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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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공기청정기 가동·환기 등 5가지만 잘 지켜도 질환 호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이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5가지 행동수칙만 지켜도 COPD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연구팀은 40∼79세의 COPD 환자 102명을 절반으로 나눠 한집단에만 행동수칙을 9개월간 지키게 하고 질환 호전도 등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연구팀이 제시한 5가지 행동 수칙은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24시간 가동하고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체 △규칙적으로 대기오염 정보를 확인 △창문을 열어 집 안을 규칙적으로 환기 △대기오염지수가 높을 때 외출을 자제 △흡입기 치료 지속 등이었다. 

 

연구팀이 환자 스스로 COPD 상태를 체크하는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과 ‘COPD 평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9개월 후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의 세인트조지호흡기설문 점수가 평균 35.26점에서 31.82점으로 약 3.4점 낮아졌다.이 점수가 낮아지면 질환이 호전된 것을 뜻한다. 반면 일상적인 치료만 시행한 집단은 평균 34.76점에서 37.27점으로 약 2.5점 높아졌다. 

 

‘삶의 질’ 평가항목인 COPD 평가 테스트 점수에서도 행동수칙을 지킨 환자 집단은 9개월 후 평균 1.2점 감소해 2.7점이 상승한 일상치료군에 비해 ‘삶의 질’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수칙을 지킨 수준에 따라서도 결과는 나뉘었다. 행동수칙을 잘 지킨 환자의 경우 COPD 평가 점수가 17.9점에서 15점으로 떨어진 반면, 비교적 덜 지킨 환자들은 평균 13.8점에서 14.1점으로 다소 상승했다. 

 

장기적인 흡연이나 가스 노출로 폐포가 손상돼 결국 숨쉬기 힘들어지는 COPD는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환자들이 미세먼지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했을 때 얼마만큼 COPD가 나빠지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미세먼지는 입경 10μm 이하로 굵기가 머리카락 굵기 7분의 1정도다. 초미세먼지는 그 4분의 1인 입경 2.5μm 이하를 의미하는데 천식, 기관지염, 비염, 결막염 등 염증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각종 질환과 함께 고혈압,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세원 교수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COPD 환자들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COPD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