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영국에서 반환된 뒤 심해진 중국의 간섭 탓에 2014, 2019년 반정부 시위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등의 곡절을 겪은 홍콩에서 10일 치러진 구의원 선거가 유권자 4명 중 1명만 참여할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았다. 당국이 투표 시간을 연장하고 대대적인 선거 참여 캠페인을 벌였지만 친중(親中) 일색 후보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과 무관심이 사상 최저 투표율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11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제7회 구의원 선거에서 등록 유권자 433만106명 중 119만3193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이 27.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반환 이후 치러진 구의원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이전 최저 투표율은 1999년의 35.8%였다.
또 직전 제6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 71.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6회 선거는 2019년 11월 거센 민주화 시위 물결 속 진행돼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모든 선거를 합쳐 최저 투표율은 2021년 12월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로 30.2%였다. 2021년 입법회 선거는 2019년 11월 반정부 시위와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친중 후보만 출마할 수 있었던 첫 선거였다.
이번에 홍콩 당국은 낮은 투표율이 불러올 정당성 논란을 우려해 대대적인 투표 캠페인을 펼치고, 갑작스러운 전산 고장을 이유로 오후 10시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투표를 자정까지 90분이나 연장했지만 투표율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최종 투표율도 투표 종료 7시간여 만에야 발표됐다.
홍콩 정부는 요양원에 보조금 2만홍콩달러(약 338만원)를 지급해 각 요양원에서 투표소까지 노인들을 태워 나를 차량을 마련할 수도 있게 했다. 또 투표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투표 감사 카드’를 나눠주기도 했다. 반정부 쪽은 이를 사실상의 ‘금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유권자 비키 루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출마자들은 내가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며 모두 친중 진영”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층의 선거에 대한 반발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SCMP는 6회 구의원 선거 때는 대부분의 투표소에 긴 줄이 늘어서면서 당국이 임신부와 노인 유권자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소가 한산해 그러한 조치가 필요 없었으며, 대부분의 투표자는 중년이나 노년층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민주 진영의 출마가 원천 봉쇄되면서 투표를 하기도 전에 이미 전체 470석 구의회가 모두 친중 진영으로 꾸려져 유권자의 관심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2021년 소위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했고, 이번이 그 제도가 적용된 첫 구의원 선거였다.
과거와 달리 470석 모두를 직접 선거로 뽑는 것도 아니었다. 유권자는 470명 중 19%에 해당하는 88명만 뽑았다. 나머지는 행정장관이 임명하는 179명, 친중 진영으로 채워진 각 지역 위원회가 선출하는 176명 등으로 채워졌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이날 “홍콩 구의원 선거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 이행에 중요한 선거였다”면서 “119만여명이 이번 선거에 대한 비방에 맞서 투표를 했다”고 자평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우리의 훌륭한 선거 문화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개편 구의회 체제가 훨씬 우월함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