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상우가 발달장애 아들 때문에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됐다고 밝혔다.
12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는 1980~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이상우가 출연했다. 이상우는 1988년 MBC '강변가요제'로 데뷔해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오! 사라' 등의 히트곡을 냈다.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이상우는 이날 방송에서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큰 아들의 근황에 대해 "정말로 제 인생을 바꿔놓은 아들이다. 스승 같은 아들"이라고 했다.
이어 "작은 아이는 선물 같은 아들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친구 덕분에 나머지 가족들이 좋아진 것 같다. 이 친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고 말했다.
방과후 수업으로 트럼펫을 곧잘 하는 것을 보고 아들이 트럼펫을 하게 됐다며 "지금은 트럼펫 하고 있다. 발달장애 있는 친구들이 거의 대학을 못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는 트럼펫으로 나사렛대 관현악부에 들어갔다. 대학 졸업도 하고 기숙사 생활도 가족과 처음으로 떨어져서 해봤다"고 전했다.
이상우는 아들이 원래 수영 유망주였다며 "사실 (큰 아들이) 수영을 진짜 잘했다. 초등학교 때는 경기도에서, 장애인 대회가 아닌 일반 대회에서 1등했다. 그래서 스페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가 어느 날부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수영장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불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왜 하지 싶었다. 아내한테 수영 접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사람은 기가 찰 것이 아니냐. 10년을 준비했기에 아내가 '무슨 소리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이가 행복해하지 않는다. 우리 좋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했었다. 아들에게 3-4달만 고생하라고 하고, 기다리라고 설득했다. (아내가) 3달 되자 그만하자고 했는데, 그 와중에 아들이 트럼펫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방과후 수업을 했다. 세상에서 어려운 악기 중에 하나가 트럼펫이다. 지금은 트럼펫 주자로 앙상블을 하고 있다. 솔리스트로 키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엄지인 KBS 아나운서는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걸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우는 "처음에는 6개월 정도 술에 쩔어 살았다"고 답했다. "그 6개월이 되게 힘들었는데 집사람이 우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다. 씩씩하게 아이를 데리고 일산, 분당 등을 오가며 하루에 차를 200㎞씩 몰고 다녔다. 아이 교육과 치료를 받으러 다녀서 나도 그걸 보고 정신차려야 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중에 지나서 그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물어봤다. '아프다니까 낫게 하면 되지 않냐'고 하더라. 이 사람은 100%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초반에는 힘든 줄 몰라했다. 오히려 8년 지나서 힘들어했다. 전 초반에 힘들어했고 그 뒤에는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이상우는 "이 아이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만지려고 한다. 아들이 차 버스에 뛰어들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내리자마자 그냥 아이를 때렸다. 그때 처음으로 집사람이 안겨서 울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일들이 가끔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지금 지나고보니 그 아이가 준게 더 많다. 그 아이가 준 게 더 많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아이의 희로애락이 우리 기준과 다를 뿐이다. 아이가 좋아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일만 준비해주면 전혀 불행한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진=KBS 1TV '아침마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