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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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를 밟고 가라”는 장제원… 다른 ‘윤핵관’도 동참해야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내년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는 불출마 변을 남겼다. 당 혁신위원회(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규모 지역구 행사로 맞서고 전방위적 여론의 압박에도 꿈쩍없던 그였다. 경위야 어찌 됐든 3선 의원이 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이다. 폄훼할 이유가 없다.

그의 불출마 선언은 여당 내 인적 쇄신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친윤·중진 의원들을 향한 결단 압박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김 대표는 그제 혁신위가 제안한 주류 희생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희생을 할 것인지에는 입을 닫았다. 그러다가 장 의원의 불출마 소식이 전해진 뒤 연락을 끊고 거취 문제와 관련해 숙고에 돌입했다고 한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여당 혁신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득권을 버리지 않는 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에서만 우세하다는 최근의 당 자체 판세 분석을 봐도 그렇다. 이러니 수도권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인사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밖에선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언하고 안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김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총선 승리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기현상까지 펼쳐졌다. 당 분열은 최고위원회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장 의원의 결단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으로 이어진다면 추락을 거듭하는 여당 지지율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혁신의 폭과 강도다.

그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중진 의원들이 성토 대상이 됐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강세인 영남 지역 출신 초선 의원들이 주도했다. 현 지도부가 그대로 있어야 공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50여명의 초선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를 촉구하며 연판장을 돌린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당 혁신과 체질 강화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초선 의원들이 오히려 기득권 수호에 앞장서는 모습도 혁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