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 핵심’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장고에 들어간 김기현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여권 내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되려면 김 대표 등 당 주류의 화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가진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을 내어놓는다”며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당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 대상이었던 ‘당 지도부·중진·대통령과 가까운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장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적으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장 의원은 세계일보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혁신위 방식을 수용하지 못했을 뿐 불출마 각오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 압박에 못 이겨 떠밀리듯 불출마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다.
당초 내년 1월에야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 대표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혁신위 조기 해산 이후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 내홍이 커진 데다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김 대표가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장 의원을 보면서 김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주가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정돼 있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취소한 김 대표는 국회 대표실로도 출근하지 않고 잠행했다.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전까지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불출마나 험지 출마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로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재선 이용호 의원 등이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대표가 물러난다면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르면 13일, 늦어도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은 13일 예정됐던 정책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정책 관련 논의보다 김 대표를 향한 용퇴 요구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