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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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 공급망 3050 전략’, 말만 앞세운 용두사미 안 된다

정부가 어제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희귀가스, 흑연, 희토 영구자석, 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지난해 평균 70%에서 2030년 50% 이하로 낮추는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내놨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58개 품목과 자동차·조선 등 주력 신산업 48개, 섬유·세라믹 등 기초소재 78개 품목이다. 중국, 일본, 미국 등의 고의존 품목도 다수 포함됐다. 공급망 안정 품목 가운데 중국 등 특정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이차전지 음극재와 양극재, 희토류 영구자석 등 8대 분야는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로 정해 특별관리한다고 한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두고 “세계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각각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경제안보추진법으로 공급망 안정화에 나선 지 오래다. 우리는 2021년 10월 요소수 파동 당시 범부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관련 법안까지 만들었지만 여야가 정쟁만 일삼느라 입법 시기를 놓쳤다.

수입선 다변화와 생산시설 확충 등 민간 지원을 강화하는 공급망 3법을 내놨지만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은 5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공급망 기본법)’은 지난 8일에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요소수 파동이 벌어진 지 2년2개월이 지난 것도 황당한데 내년 6월에야 본격 시행된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미·중 패권경쟁의 가속화와 탈세계화로 공급망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됐다. 중국은 요소에 이어 인산암모늄과 갈륨·게르마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정부가 내놓는 긴급물량 방출과 매점매석 단속, 긴급수급 조정조치 등은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용두사미에 그쳐선 안 된다. 정부가 요소처럼 경제성이 떨어지는 상품의 투자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이차전지 소재 등 첨단분야 자립화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공급망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물량 확보 등 안정적 수급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후속 입법을 서두르고 전략 품목의 자립과 재정지원, 비축기지 확보 등에서도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