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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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절박… 모든 상황 책임 저의 몫” 김기현 당대표 사퇴

총선 앞두고 ‘김장연대’ 퇴진

지역구 출마 여부 언급 안해
윤재옥 원내대표가 권한대행
14일 중진 연석회의 대책 논의

국민의힘 김기현(사진) 대표가 1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 3월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당 주류를 대표하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동반 퇴장하면서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여당이 쇄신과 혼란의 갈림길에 섰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13일)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만류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뜻)’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그 수습책으로 꾸려진 당 혁신위원회의 ‘빈손 해산‘, 낮은 당 지지율과 총선 위기론 등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제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통합과 포용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하며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힘을 더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출마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김 대표는 당 혁신위가 조기 종료를 선언한 지난 7일 이후부터 거센 용퇴 압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며 당내 내홍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후로는 잠행하며 거취를 고민했다.

김 대표의 사퇴로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차기 지도체제를 결정하게 됐다. 김 대표는 “윤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도)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당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뉴스1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 이 상황을 지혜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일(14일) 3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위원회의도 정상적으로 개최해서 회의 결과를 토대로 정리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119일 앞두고 당 대표 궐위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전망이다.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지만,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