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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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골맛 이동준…전북 입단 1년 만에 마음고생 터는 멀티골

클린스만 감독 앞에서 펄펄 날아…세리머니 대신 팬들에게 사과

2022년 12월 22일은 이동준(26)의 'K리그 유턴'이 공식 발표된 날이다.

울산 HD FC에서 뛰다가 지난해 1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한 이동준은 독일 무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6차전 전북현대와 방콕 유나이티드의 경기, 후반 전북현대 이동준이 역전골을 넣고 팬들에게 사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1시즌 K리그1 베스트11에 뽑히는 등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이동준이지만, 분데스리가에서는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과 멀어졌고, 16강 진출로 축구 팬들에게 기쁨을 안긴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친정팀 울산의 라이벌 구단인 전북 유니폼을 입으며 국내 복귀를 알린 이동준은 절치부심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3시즌 정규리그 23경기에 출전한 이동준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한 게 공격포인트의 전부다.

이동준의 부진과 함께 K리그 전통의 명문 전북의 공격진도 침체를 겪었다. 전북의 올 시즌 득점은 45골로, 우승팀 울산(63골)·2위 포항 스틸러스(53골)에 크게 뒤졌다.

K리그1에서 순위(4위)도 역대 가장 좋지 않다. 승강제를 실시한 2013년 이후 전북은 3위 밑으로 처진 적이 없었다.

그런 만큼 이동준과 전북 모두에 1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방콕 유나이티드(태국)와 최종 6차전은 중요한 경기였다.

전북으로서는 떨어진 명예 회복을 위해서는 ACL에서 성과가 필요했는데, 이 경기에서 졌다면 이 대회에서도 16강행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이었다.

13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6차전 전북현대와 방콕 유나이티드의 경기, 3대2로 승리한 전북현대 선수들이 16강 진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총 20개 클럽이 5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이번 ACL 동아시아 조별리그에선 각 조 1위 팀, 그리고 2위 팀 중 성적이 좋은 3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방콕에 큰 점수 차로 패했다면, 전북(3승 3패)의 승점이 9가 돼 H조 2위 멜버른 시티(호주·승점 9)에 골 득실 등에서 밀려 조별리그에서 발길을 돌릴 뻔했다.

벌써 전북 입단 후 1년이 지난 이동준 역시 부진 속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활약이 필요했다.

내년 1월 열리는 AFC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본 이 경기는 올 시즌 최종전인 터라 이동준에게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활약이 절실했던 순간, 이동준은 시즌 첫 골을 넣은 데서 멈추지 않고 멀티 골을 폭발했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 31분부터 2분간 수비 뒷공간을 공략해 두 골을 넣었다. 두 득점 장면 모두에서 상대 수비를 속도 경쟁에서 압도하는 특유의 주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송민규의 침투 패스를 마무리해 첫 골을 넣은 후 이동준은 팬들에게 다가가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그간 부진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안방에서 3-2 승리와 함께 ACL 16강 진출을 이끈 이동준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시즌 첫 골이라서 정말 기뻤다.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골을 넣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강 진출은) 전북이라는 팀 전체가 하나가 돼서 만든 결과라 생각한다"며 "16강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동준에게는 좋은 소식이 또 있다. 곧 새신랑이 된다. 16일 결혼식을 올린다.

중계진이 결혼 소식을 들었다며 축하를 전하자 이동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