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김기현, 사퇴 직전 이준석과 회동…金 “李 신당 참여 낭설… 창당 만류” [與 김기현 대표 전격 사퇴]

‘김기현 사퇴’ 막전막후

尹 순방 前 ‘희생 주문’ 메시지 전달설… 측근과 극비리 접촉 거취 의견 수렴
여권 ‘尹心 따른 전격 입장변화’에 무게
사퇴 전 이준석·이상민과 각각 면담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13일 대표직 사의 표명은 장제원 의원의 전날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약 31시간 만에 나왔다. 윤석열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장 의원과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당권을 잡은 김 대표가 이틀 새 잇달아 용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부터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숙고를 이어갔다.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고 서울 모처에서 일부 측근과 극비리에 접촉하며 거취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5월 6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6·1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사퇴 입장 발표 직전 김 대표가 신당 창당 작업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예정돼있던 일정이라고 했지만 김 대표의 신당 참여 가능성, 이 전 대표의 국민의힘 잔류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에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제가 이준석 신당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낭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오늘 저는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한 시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내가 신당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김 대표가 제시하는 그런 대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또 김 대표는 이 전 대표와 만난 후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도 면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송 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기현 지도부는 지난주만 해도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 계획을 밝히며 당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김 대표가 사퇴 입장을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여권에선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을 떠나기 전 김 대표와 장 의원에게 희생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하자 김 대표의 거취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던 김 대표는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의 지원 속에 ‘윤심 후보’로 알려지며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때문에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태생적인 한계로 지적됐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보선 발생의 귀책사유가 있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한 결정에서 이 같은 한계가 극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선 패배 후 쇄신책으로 띄운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의 대립 끝에 활동을 조기 종료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 판세가 열세라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자 ‘김기현 책임론’이 일기 시작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이후에는 대표직 사퇴 요구가 거세지며 리더십을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김 대표의 거취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