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셀럽들이 펼쳐내는 전통주의 세계 [명욱의 술 인문학]

얼마 전 흥미로운 책이 하나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요식업계의 대가인 백종원씨가 새로운 책을 낸다는 것. 요리 분야에 있어서 워낙에 베스트셀러 작가니 그런가 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 그가 내는 책은 음식 관련 책이 아니다. 바로 술에 관한 책이다. 그것도 와인 및 위스키가 아닌 우리술,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는 왜 뜬금없이 전통주 책을 출간한 것일까.

알고 보면 그는 이미 상당한 전통주 전문가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을 통해 전국의 양조장을 다녔으며, SBS ‘만남의 광장’에서는 직접 농사를 지어가며 전통주를 만들어가는 농민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백술닷컴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국에 수천 종류의 전통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600만명이 넘는 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막걸리 빚기 및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하는 콘텐츠도 올라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가 다양한 전통주 양조장을 방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

요식업계의 대가인 백종원씨가 전통주와 관련된 서적 ‘백종원의 우리술’을 내놨다.

최근에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만난 막걸리 전문가 박유덕씨와 협업, 예산쌀로 만든 무감미료 막걸리 골목 막걸리를 출시해 히트를 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그의 책은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10년 넘게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을 가진 그의 생각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이제까지 쓴 집밥메뉴 및 장사 이야기 등과 결이 다르다. 일단 술의 상식부터 시작한다. 법률적으로 술은 어떤 구분을 가지고 있으며, 그 구분된 제약 속에서 어떻게 태어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이것을 통해 우리 술과 남의 나라 술을 구분짓는다. 그리고 전통주를 배운다면 알아야 할 필수단어도 정말 쉽게 표현돼 있다. 밑바탕이 되기에 밑술, 그리고 더해지는 술이라는 덧술 등, 초보자가 보기에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소비자가 보기에 알 듯 말 듯한 내용도 정리가 잘돼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고급 증류식 소주의 차이와 흔히 보이는 초록색병 희석식 소주의 차이부터 막걸리와 동동주의 차이 등 흔히 우리가 자주 접했지만 알다가도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한 해설이 읽기 쉽게 잘 펼쳐져 있다.

음식 전문가인 그의 스타일에 맞게 궁합이 맞는 전통주 소믈리에로서의 모습도 선보인다. 소주는 다 차갑게 마시지만 알고 보면 맛있는 온도가 있다는 것과 우리 전통의 약주를 즐기기 좋은 잔의 선택, 계절마다 달리 어울리는 술들의 향연, 우리 술을 마시는 순서부터 페어링하기 좋은 안주까지 편안하지만 의외로 꽉 찬 내용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무엇보다 국내 여행으로 이어지는 전국 방방곡곡의 멋진 양조장에 대한 소개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조선 3대 명주라는 별명을 가진 감홍로를 비롯해 한산 소곡주, 충주의 청명주, 모월, 추연당에 전통 누룩을 전문으로 만드는 송학곡자, 진주곡자, 금정산성토산주, 한영석 발효연구소 등도 소개한다.

아쉬운 것은 직접 그의 저서 집밥 메뉴처럼 레시피 중심이 아니라는 것. 다음에 2부가 나온다면 이러한 전통주를 근간으로 한 ‘집술메뉴’라는 책을 통해 온 국민이 가족과 함께 명절에 전통주를 빚는 우리의 멋진 문화가 부활하기를 기대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