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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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찬바람 불면 나타나는 팽나무버섯

균류 중에서 나무속 혹은 땅속에 균사라는 실모양의 미세한 구조로 존재하다가 일정한 환경이 되면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들을 버섯이라고 통칭한다. 산에 가서 버섯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여름철 장마 이후부터 추석 전후이다. 버섯은 일반적으로 25도 내외의 기온과 습한 환경에서 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늦가을부터 다음 해 초봄까지 찬바람이 불면 모습을 나타내는 버섯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나무그루터기 등에서 발생하는 팽나무버섯이다.

팽나무버섯이라고 하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는 팽나무버섯이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팽이버섯의 학문적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야생 팽나무버섯은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백색의 얇은 다발의 형태가 아니고, 2~6㎝의 황갈색 혹은 갈색의 갓을 가진 전형적인 버섯의 형태이다. 판매용 팽나무버섯은 1899년 일본에서 인공 재배가 처음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식용버섯이며 자동화된 재배 방법으로 인해 가장 저렴한 버섯이 됐다.

인공 재배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글루탐산과 타우린 함량이 높아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물 요리에서 감칠맛에 큰 역할을 하며, 티아민, 니아신 등의 다양한 비타민도 고루 함유하고 있다. 버섯이 보유한 최고의 성분이라 할 수 있는 항암에 좋은 베타글루칸 등 다양한 면역증진 물질과 다양한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돼 있어 변비 해소 및 체중 조절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 버섯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들어, 팽나무버섯의 본래 색깔인 갈색을 띤 품종이 개발되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리감으로 인해 많이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 시장에 가게 된다면 갈색의 팽나무버섯을 사서, 가족과 요리해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