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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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전쟁’ 마침표… 긴축터널 끝 보인다

美 연준 기준금리 3연속 동결

파월 “금리 고점 도달했다” 천명
2024년 최대 3번 인하… 4.6%대 전망
코스피 1%대 오르고 환율은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 2년여 동안 이어온 세계 주요국 긴축의 터널 끝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사실상의 ‘긴축 종료’를 공식 선언했고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경제 대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기준금리 5.25∼5.50%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결을 유지한 것은 ‘물가와의 전쟁’이 사실상 끝났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하면서 추가적인 긴축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 9월과 11월 회의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인 데다 이날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내년 말 금리예상치(중간값)를 4.6%로 전망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데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4.6%는 지금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것이라 0.25%포인트 인하의 경우 최소 세 번이 필요하며, 이는 기존 시장 2회보다 많은 횟수다.

 

이번 금리 동결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제로금리(0.0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부터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한 이후 2년여에 걸쳐 금리를 5.25∼5.50%까지 끌어올리며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인상 랠리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영란은행(BOE)은 14일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고, ECB와 스위스국립은행(SNB)도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세계 최대 경제권 중 하나인 미국과 유럽에서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 시그널은 시장을 환호케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12.30포인트(1.40%) 오른 3만7090.24로 거래를 마쳐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을 넘어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장보다 63.39포인트(1.37%) 상승한 4707.0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00.57포인트(1.38%) 뛴 1만4733.96으로 장을 마감했다.

 

커지는 내년 미국 경기 낙관론이 배경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연준의 금리 결정 전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내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이라고 미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도 술렁였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4%(33.52포인트) 오른 2544.18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4.5원 내린 1295.4원에 마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