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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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증세 보여도 약 계속 먹나요?” 독감 치료제가 궁금해 [Q&A]

독감 환자 급증…치료제 ‘환각’ 부작용 공포
드물지만 사고로 이어져, 사망 등 초래하기도
닷새치 투약 필수…환각 나타나면 “중단해야”
면역력 핵심은 ‘뼈건강’…비타민D 섭취 늘려야

“독감약은 증상이 사라지고 다 나은 것 같아도 5일 치 모두 드셔야 돼요. 그리고 드물지만 환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니 약 먹는 동안에는 반드시 어른이 옆에 함께 계셔주셔야 합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37)씨는 지난 11일 독감에 걸린 7세 딸아이와 약국에 갔다가 약사로부터 이런 설명을 듣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환각’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독감 치료 중 환각 증상을 보여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고등학생 관련 뉴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란 생각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또 그런 증상이 나타나도 남은 약을 다 먹여야 하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올겨울 독감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처럼 치료약 부작용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환각 부작용이 주로 어린이·청소년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마들 사이에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이가 잠꼬대처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거나 ‘환각 증상을 보여 투약을 중단했다’ 등 자녀들이 부작용을 겪었다는 경험담도 이어진다.

 

독감 치료약은 왜 닷새간 복용해야 하는지, 환각 부작용이 나타나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 등 소아·청소년 보호자가 궁금한 점을 대한약사회 김성철 학술위원(약학박사)과 인터뷰를 통해 문답으로 정리했다.

 

Q. 독감 치료약은 어떤 약인가?

 

A. 대표 제품인 타미플루, 시럽으로 복용하는 코미플루, 수액으로 투여하는 페라미플루 등 독감 치료약은 모두 오셀타미비르 원료 약품이다. 오셀타미비르는 독감 바이러스 확산 기능을 하는 N효소를 차단해 치료하는 원리다. 1996년 개발됐으며 이후 새롭게 개발된 약이 없어 사실상 유일한 독감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Q. 5일치를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A. 복용을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겨 다음 감염 때 약효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이 처음 허가받을 때 정해진 복용법은 권장용량을 12시간마다 5일간(120시간) 복용하는 것이다. 약물에 120시간 노출되지 않고, 복용 시간(12∼13시간마다)을 지키지 않으면 바이러스는 바로 변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약 복용을 중단하면 몸 속 바이러스가 N효소의 모양을 바꿔버려 다음 감염 시 치료약이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균, 바이러스 등 치료 타깃이 있는 모든 약은 복약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Q. 올바른 복용 방법은?

 

A. 오셀타미비르 1회 복용량은 어른의 경우 75㎎, 어린이의 경우 23∼40㎏은 60㎎, 15∼23㎏은 45㎎이다. 코미플루와 같은 현탁액은 1회 각각 12.5mL, 10mL, 7.5mL씩이다. 증상이 시작되고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한 번 복용을 시작하면 내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5일 치 모두 복용해야 한다. 12∼13시간 복용 텀을 지키려면 알람을 맞춰두는 것도 좋다. 

사진=뉴스1

Q. 독감 치료약 부작용 중 하나가 ‘환각’으로 알려져 있는데?

 

A.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오셀타미비르에도 여러 부작용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환각으로 보고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타미플루에 대해 ‘약을 복용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 중 주로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경련과 섬망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이 보고되었다. 드물게 이러한 이상 반응은 사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약 복용 후 환각으로 인한 추락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지만 몇 차례 사고에서 어린이·청소년이 사망하거나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Q. 환각이 나타나면 약 복용을 중단해도 되나?

 

A. 폐렴 위험이 없다면 중단해야 한다. 부작용이 치료로 얻는 이익보다 클 때는 투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오셀타미비르의 부작용 중 하나가 오심·구토인데 이는 심각한 증상이 아니므로 오심·구토를 줄이는 약을 추가 처방하면서 계속 투약하도록 한다. 하지만 환각은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약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투약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 

 

Q. 환각 부작용을 어떻게 대비하나?

 

A. 식약처에 따르면 환각 증상이 치료약 부작용인지 인과관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독감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에게서도 환각 증상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대부분 환각은 초기 48시간 이내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틀간 주의하면 된다. 식약처는 소아·청소년 보호자에게 치료제 투여와 관계없이 △최소 2일간 혼자 있지 않도록 하고 △창문, 베란다, 현관문 등을 꼭 잠그며 △이상행동이 나타나는지 면밀히 관찰하라고 당부한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Q.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A. 그래도 된다. 타미플루를 투약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게 되는데 일반 감기처럼 증상 치료만 해도 열흘 정도면 낫는다. 독감에 걸려도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거의 증상이 없거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오래 앓거나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면역력에 있다. 면역력을 높이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쉽게 이겨낼 수 있다.

 

Q. 면역력 높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A.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비타민D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뼈에서 만들어진다. 어르신들이 뼈가 부러지면 1∼2년 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 것은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도 뼈가 얇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비타민D 섭취가 많이 부족하다. 비타민D 합성을 위해 일광욕을 하고 표고버섯 등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자. 비타민D, 아연, 비타민C 등 영양제도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