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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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로 착각”…축구선수 하반신 마비시킨 음주운전자, 성추행 혐의도

유연수 선수는 결국 은퇴…징역 5년 구형
“앞으로 술 쳐다도 안 보겠다” 선처 호소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해 25살의 나이로 은퇴한 유연수 선수가 지난달 11일 은퇴식에서 은퇴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음주운전을 하다 20대 프로축구 선수에게 선수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중상해를 입힌 3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남성은 만취 상태에서 항거불능 상태의 여성을 추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검은 14일 제주지법 형사1단독(오지애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5)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A씨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7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18일 오전 5시40분쯤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사거리에서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량을 몰다 왼쪽에서 진입하던 피해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피해 차량에는 대리기사와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인 김동준·임준섭·유연수, 윤재현 트레이너가 타고 있었다.

 

다행히 탑승자 대부분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유연수의 경우 회복 일수를 알 수 없는 상세 불명의 하반신 마비, 신경·근육기능 장애, 만성 통증 등의 큰 부상을 당했다. 유연수는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지만 결국 지난달 11일 25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유연수(오른쪽 두번째) 선수가 지난달 11일 은퇴식을 마친 뒤 가족·김현희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밖에 A씨는 지난 1월15일 밤 제주 모처에서 잠을 자고 있던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A씨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 피해 차량 탑승자 5명을 다치게 했는데,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구형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A씨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피고인이 몰염치한 사람처럼 돼 있는데, 사실 수차례 시도에도 피해자 측과 연결되지 않아 사과하지 못한 부분이 있고, 또 성의를 보이고자 현재 전 재산까지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 준강제추행의 경우 만취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아내로 착각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시 만취 상태로 기억을 못하고 있고, 술을 마시면 아내에게 하는 행동을 피해자에게 한 것 같다”고 항변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사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술 때문에 생긴 일인 만큼 앞으로 술은 쳐다도 안 보고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연수의 변호인은 재판부를 향해 A씨를 엄벌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연수 측 변호인은 “유연수는 치명적 상해로 선수 생활은 물론 일반인으로서의 생활도 어려울 정도의 부상을 당했는데, 피고인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사과를 하거나 합의를 위해 노력한 점이 없었다”며 “사건이 알려진 뒤 5000여명이 엄벌 탄원서를 냈고 온라인으로도 1만여명이 탄원했으며 동료 선수들도 엄벌을 내려달라고 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