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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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에르도안에 "스웨덴 조속히 나토 가입해야" 압박

에르도안은 "美, 이스라엘 무조건 지지 철회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가 조속히 처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토 31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 두 나라만 아직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았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웨덴을 빨리 나토 동맹국으로 맞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 제출했다”며 “비준안 처리는 의회의 몫”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따로 만나 악수하는 모습. 튀르키예 대통령실 제공

외신들은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 안건을 미국산 신형 F-16 전투기 수입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공군력 강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 행정부는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수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의회가 제동을 걸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튀르키예는 권위주의 정부 형태를 갖고 있고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등 인권 보호 수준도 낮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의 대(對)튀르키예 무기 수출에 반대한다.

 

튀르키예 의회는 바로 이 점을 지목하며 ‘미국 의회가 F-16 전투기 수출을 승인해야 우리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이슬람 국가로 이번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자위권을 갖는다”고 반박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해 민간인 등 1200여명을 살해하고 230여명을 인질로 붙잡아 자기네 근거지가 있는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하마스의 공격에서 비롯한 만큼 이스라엘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한 데 이어 지상군까지 투입한 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며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여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선 1만7000명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