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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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EU 가입 협상 개시 확정… 패전 공포 속 날아든 희소식

14일 EU 정상회의서 극적 합의
헝가리 총리 거부권 대신 기권표
EU 추가 지원안 결정은 내년으로
푸틴 “목표 달성 전 우크라에 평화 없어”

우크라이나가 숙원이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드디어 시작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 이사회가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반대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해 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표결 전 일부러 회의장을 떠나는 방식으로 반대표 대신 사실상 기권표를 던지며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EU 가입 협상 개시를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오르반 총리의 퇴장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제안해 각국 지도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고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헝가리의 입장은 분명하지만, 다른 26개국이 합의했다면 그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며 “헝가리는 이 잘못된 결정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원) 규모의 EU 지원안에 나 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EU 내에서 독자적인 친(親)러시아 행보를 걷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제동으로 이번 추가 지원안 결정은 내년 초로 미뤄졌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 있는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우선 EU 가입 협상 개시라는 모처럼의 큰 ‘선물’에 한숨을 돌렸다. 미국의 지원 동력이 크게 약해진 탓에 개전 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은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최근 혹독하기 그지없었다. 미국 공화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처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외면하기 시작한 미국과 달리 유럽은 여전히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사실이 이번 결정으로 확인됐다. 미셸 상임의장도 이번 합의에 대해 “우리(유럽)가 그들(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다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의 승리”라며 “역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데 지치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후 나흘 만인 지난해 2월28일 EU 가입을 신청했다. 이번 개시 결정은 그 후 1년10개월 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탓에 상대적으로 빠른 결정이 가능했다. EU 신규 가입은 그 절차를 시작하는 데도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고, 여러 전제조건이 요구돼 보통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크라이나가 EU 공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도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셸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가 EU 가입을 위해 이행해야 할 최종 조건에 대한 보고서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3월에 가입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자격요건인 ‘코펜하겐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심사한다. 법, 정치, 경제, 언론 등 수십 개의 분야에서 EU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가장 최근에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가입 신청부터 2013년 최종 승인까지 10년을 기다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는 평화가 없을 것”이라며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비군사화, 중립적 지위”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는) 모든 걸 공짜로 받고 있다”며 “공짜 물품은 언젠간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