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HSCEI) 급락으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상해종합지수는 H지수보다 낙폭이 크지 않자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H지수와 상해종합지수가 큰 괴리를 보이는 데는 H지수 고유 요인과 더불어 각 지수 주요 투자자들의 시각 차이와 중국 당국의 부양책 방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 홍콩주재원 김민규 차장의 ‘홍콩 주가지수의 하락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H지수는 코로나19 이전 고점 시기인 2018년 1월26일과 비교해 약 59% 하락했다. 반면 중국 본토의 상해종합지수는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두 지수가)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은 H지수 주요 구성 종목 등 고유요인, 주요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 차이, 중국 당국의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중국 부동산 기업 이슈가 부각되고,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서 H지수는 빠르게 하락했다. 해외자본 조달 등을 위해 홍콩에만 상장돼 있던 에버그란데, 컨트리가든 등 초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중국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인해 전고점 대비 90% 이상의 주가하락을 보였다. 게다가 H지수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플랫폼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로 홍콩에만 상장돼 있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초대형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H지수는 성장주인 IT(정보기술) 기업 비중이 37%(시가기준)로, 상해지수(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글로벌 유동성 긴축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두 지수의 주요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달랐던 점도 H지수와 상해종합지수 괴리 현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홍콩 주식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외국인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해 익스포져를 축소한 것이 H지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며 “반면 중국 상해종합지수의 경우 본토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신산업 육성 등에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자국 내 주식에 꾸준히 투자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목적으로 인프라 투자 및 제조업 육성 등을 추진했는데, 주로 본토 상장기업들이 이에 따른 혜택을 보면서 상해종합지수의 낙폭 제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 차장은 “홍콩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H지수의 하락 폭이 중국 본토주가지수보다 큰 것은 개별 주가하락 요인 이외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화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최근 중국 본토 내국인 투자자들의 경기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 중국 정부의 주가 부양 노력 등이 어느 정도 본토 주가지수를 방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이 홍콩 증시와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아 H지수가 극적으로 예전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