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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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동아시아 해양안보와 직결… 협력 통한 안정 모색을” [제4회 독도국제포럼]

‘中의 팽창과 한반도 해역 위험과 기회’ 주제토론
“관광벨트·물류 등 국가 간 해양 협력으로 긴장 완화”
“쿠릴열도 분쟁에도 경협 노력했던 러·日 사례 명심을”

‘동해안 도서관리 정책의 역사적 의미’ 기조연설
“조선, 울릉도에 관리 지속 파견해 독도 지키게 해”
“韓·日 다수 사료에 ‘독도 조선영토로 인정’ 확인돼”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제4회 독도국제포럼은 동아시아 해양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열렸다. 국제사회에서 한·일 간 양자 분쟁으로 주로 취급됐던 독도 문제가 동아시아 해양 평화 전체와 연결된다는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동아시아가 안정되는 것이 독도 문제 안정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쿠릴열도에서의 러·일 분쟁, 미·중이 부딪치는 남중국해 문제 등 여러 동아시아 해양 문제로부터 독도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찾았다.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협력의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국제포럼에서 세계일보 정희택 사장(앞줄 왼쪽 네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호경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 송명달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정 사장, 김중권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 박승우 영남대 부총장, 벨라 박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학연구센터장, 훙윙록 홍콩 중문대 교수. 뒷줄 왼쪽부터 박영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 김영수 영남대 교수, 이정태 경북대 교수, 손기섭 부산외국어대 교수, 송휘영 영남대 교수, 최재목 영남대 독도연구소 소장, 이나바 지하루 일본 메이조대 교수,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남제현 선임기자

◆“독도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는 연결”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중국의 팽창과 한반도 주변 해역의 위험과 기회’ 주제토론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의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 등으로 나타나는 동해상의 긴장은 남중국해에서 미·중이 맞부딪치는 것의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을 남중국해에서 봉쇄하려 하는 상황에서 6·25전쟁 문제가 잔존하는 한반도로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협약으로 만들어진 동아시아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무대인 동해에 독도가 위치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 국제 포럼’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 교수는 관광벨트 조성, 물류 이동을 포함한 한·미·중·일·러 간 평화적 협력 경험을 통해 동아시아 해양 안보를 안정시키면 이러한 협력의 경험 속에서 독도 영유권 분쟁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유권 분쟁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도 평화 협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벨라 박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학연구센터장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일 간의 역사적 대립과 화해’ 주제발표에서 “일본의 쿠릴열도 영유권 주장은 러시아인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해당 문제가 그간 일본과 러시아의 실질적 협력을 막지는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센터장은 “2016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릴열도에서 공동 경제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현재 두 국가의 관계 개선 노력과 쿠릴열도 관련 협상은 멈춘 상태다. 특히 2020년 러시아의 헌법 개정 이후 러시아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져 현재로서는 두 나라의 쿠릴열도를 둘러싼 협상 노력 개시가 불투명하다.

 

훙윙록(孔永樂) 홍콩 중문(中文)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 분쟁 해결 방식의 하나로 명기한 중재재판소에 남중국해 문제가 회부된 사례를 거론했다. 동아시아 해양 분쟁 해결에 법적인 절차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주문한 것이다. 다만 그는 “관할권을 받아들인 경우에만 중재의 대상이 된다”며 동아시아에 해양 분쟁에서 법적인 절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 국제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조선시대 이래 독도에 주권 행사”

 

동아시아 평화 문제의 하나로 독도 문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과 별개로 독도의 소유권은 명백히 한국에 있다는 그간의 주장도 재차 강조됐다.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는 ‘동해안 도서관리 정책의 역사적 의미’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13세기 이후 일본보다는 한반도에서 명백히 독도에 주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법상 영토분쟁은 규범적인 측면과 함께 역사적으로 실효적 점유가 어디에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이 점에서 독도의 영유권은 한국에 있다는 취지다.

 

손 교수는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영토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조선왕조실록과 일본 사서(史書) 통항일람 등 양국 다수의 사료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후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독도에 대한 명백한 주권을 행사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왕조가 울릉도에 지속적으로 관리를 파견해 주권을 행사하고 관리들로 하여금 독도를 수호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 국제 포럼’에서 박승우 영남대학교 부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 국제 포럼’에서 송명달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세계일보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독도 국제 포럼’에서 김중권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당시 지속적으로 동해상에 출몰해 어민들을 약탈했던 왜구가 그 중간 거점으로 울릉도를 활용하는 경향이 늘어나자 태종은 1403년 일본인뿐만 아니라 조선인까지 주민들을 모두 울릉도 밖으로 내보내는 거민쇄출(居民刷出) 조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무인화 정책이 울릉도를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이나바 지하루(稻葉千晴) 일본 메이조(名城)대 교수는 ‘일본해군과 독도:러·일 전쟁과 군사 지배 확대’ 주제발표에서 일본이 독도를 점유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 러·일전쟁 발발을 꼽았다. 지하루 교수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러·일전쟁을 단행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고 러·일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며 러·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이 한반도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게 된 것에 국제법적 흠결이 있었다는 논지를 폈다.


홍주형·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