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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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하겠다”…13억 챙긴 ‘백현동 수사 무마’ 브로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민간업자에게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13억여원을 챙긴 사업가가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허풍을 떨며 돈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 “영장전담판사와 골프를 친 사람을 통해 구속을 막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5일 국민의힘 소속 조수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지난달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이모 KH부동산중개법인 회장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이모 전 KH부동산중개법인 회장. 출처 유튜브 채널 ‘Hohyeon Song’

이씨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구속기소)에게 접근해 지난해 5월9일부터 지난 6월7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3억3616만원의 수사 무마 대가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2021년 11월부터 경기남부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던 정씨에게 지난해 5월 초쯤 접근했다. 이씨는 정씨에게 “내가 잘 아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검·경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힘을 써서 백현동 수사를 무마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정씨는 제안을 승낙했다. 

 

이후 이씨는 주요 수사 국면마다 정씨에게 수사 무마 로비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4차례 걸쳐 조사를 받은 지난해 7월쯤에는 정씨에게 “무조건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확실하게 경찰 윗선에 로비를 해야 한다 로비자금과 활동비가 필요하니 2억원 정도 마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정바울 회장이 지난 6월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에는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것을 우려하는 정씨에게 “이런 사건은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10억원이 있으면 수사를 덮어버릴 수 있으니 우선 현금으로 2억원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6월 초에는 “구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100분의 1 확률인데 그걸 뚫어냈다”며 “엊그제도 영장전담판사와 함께 골프를 친 사람을 통해 구속영장 발부를 막을 수 있으니 빨리 현금 3억원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에 정씨는 지난 6월7일 이씨에게 현금 3억원을 건넸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정씨는 같은 달 9일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경찰·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이씨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3일과 전날 곽정기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총경)과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를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정씨를 대리하던 이씨로부터 각각 7억원대, 1억원대의 수임료를 받았다. 검찰은 이 수임료 중 일부가 수사 무마 청탁의 대가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는 정식 변호사 선임 비용이었을 뿐이며 수사 무마를 시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