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내년부터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함께 훈련하기로 했다. 핵 위기 시 한·미 정상 간 즉각적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고, 이를 위해 양국 정상에 휴대장비가 전달됐다. 양국은 내년 중반까지 핵전략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열고 확장억제 실행력 재고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공동 언론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측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함을 재확인했다”며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미측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 수석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NCG 회의 뒤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핵전략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관련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하고 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것을 내년 중에 완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과 관련한 민감 정보를 양국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또 보안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핵위기 시에 협의 절차 및 체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양국 정상 간에 보안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할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망라해서 다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특히 양국 정상 간 보안 인프라와 관련해 “위기가 발생하면 양국 정상이 즉각적으로 통화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미 양국 대통령께 문제가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서 수시로 통화를 할 수 있는 휴대장비가 전달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 휴대장비를 전자파 공격에서도 보호할 수 있고 더 안전하게, 위기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내년도 자유의방패(UFS)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함께 훈련할 계획”이라면서 “그 전에는 북한 핵 공격 시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는 핵우산(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같이 실행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CG 대표들은 지난 7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USS 켄터키함의 부산항 기항과 10월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 및 착륙, 지난달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의 공동 참관 등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미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향후 미 전략 자산 전개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성명은 밝혔다.
김 차장은 미국의 핵전력 및 한국의 비핵전력 결합 문제와 관련 “공동 작전이 수행이 가능할 정도로 한반도에 적용 가능한 핵전력과 비핵전력의 합치 및 운용 개념에 대해서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인근 전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핵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확장억제의 강화와 맞물려서 체계적으로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핵 위협 발생 시에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고 그 위험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구체화되고 또 지침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한·미 양측은 △지침 △보안 및 정보공유 절차 △위기 시 및 전시 핵 협의 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CNI) △전략적 메시지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활동 △위험감소 조치 등을 포함하는 NCG 과업이 지난 7월의 1차 NCG 회의 이후 빈번한 NCG 실무회의를 통해 진전을 이루면서 한·미 간 핵 억제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NCG 대표들은 지난 11월 한국의 범부처 관계관들을 대상으로 핵 억제 집중교육 과정이 개최된 것과 NCG를 통해 양국 범부처 간 협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차장은 한국 정부 인사에 대한 핵전략 및 기획 관련 미측 교육과 관련, “미국은 내년에도 우리 측을 위해서 심화 핵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된다면 우리 핵 정책 관련 담당자들의 핵 관련 지식과 실전 능력이 배양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단히 말해서 우리 측의 ‘핵 IQ’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는 김 차장과 마허 비타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국방정책 조정관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NCG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출범했다.
김 차장은 “NCG 회의에서는 향후 6개월 동안의 작업 계획을 승인했다”면서 “한·미는 NCG를 통해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한편 북한의 핵 공격이 만에 하나 발생할 시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차 NCG 회의는 한국에서 내년 여름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