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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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위기 아르헨, 대통령 관저 그림까지 내다 판다

고강도 구조조정… 공공기관 자산 매각키로
"고위 정치인 누리던 특권부터 내려놓아야"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가 대통령 관저에 내걸린 그림까지 내다 팔 지경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최근 취임사에서 “나라에 돈이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마누엘 아도르니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매각 방침을 밝혔다. 그는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관용차와 비행기 등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며 “특히 관용차 기사는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고위 정치인이 누리던 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국영기업이자 거대 에너지 회사인 YPF가 소유한 항공기 2대도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취임식 직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킨타 데 올리보스’(Quinta de Olivos)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관저가 보유한 값비싼 그림들 역시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도르니 대변인은 대통령 관저에 있는 그림들을 위해 정부가 거액의 보험료를 지급해 온 사실을 언급하며 “빈곤층 미성년자 130만명이 밥을 굶는 처지에 이런 일(그림을 위한 보험료 지급)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스탠바이’(Stand-by) 차관을 얻었다. 스탠바이 차관이란 IMF가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나라에 포괄적 신용장을 제공하고, 그 범위 안에서 언제라도 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 스탠바이 차관의 상환 시한이 오는 21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은 차관 상환을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중남미개발은행(CAF)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에 있는 호화 저택 ‘킨타 데 올리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관저로 쓰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체질 개조를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과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0일 취임 일성도 “나라에 돈이 없다”였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정부 부처를 기존 18개에서 9개로 절반을 줄였다. 좌파 정부 시절 많은 돈을 쓰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회개발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같은 부처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생필품 물가 급등, 연료비 상승, 교통·에너지 보조금 감소 등 영향으로 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져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밀레이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밀레이 대통령도 그 점을 의식한 듯 “현재의 (고통분담) 노력은 60%가 정치 영역, 40%가 민간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민간 영역에 대한 조정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음으로써 대중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