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물품을 실은 벌크선이 예멘 근해에서 납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몰타 선적 불가리아 벌크선 MV루엔은 지난 14일 예멘과 소말리아 근처 아라비아해에서 구조신호를 보냈다.
국내 해운·철강업계에 따르면 4만t급 벌크선인 MV루엔은 불가리아 국적인 선주가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선박으로, HMM의 의뢰로 동유럽으로 향하는 국내 철강업체의 철광석 등이 실려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작은 선박 규모를 고려하면 운송량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가 받은 신호에는 MV루엔이 예멘 소코트라섬 근처를 지날 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6명이 승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불가리아 최대 해운업체 '내비게이션 매리타임불가레'도 MV루엔과 통신이 두절돼 국제 당국과 협조하고 있다고 피랍 가능성을 확인했다.
불가리아 매체들은 MV루엔에 타고 있는 선원들의 국적이 불가리아, 미얀마라고 전했다. 한국 국적의 선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 전문지 '마리타임 이규제큐티브'에 따르면 MV루엔은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 이달 4일 정박했으며 튀르키예 겜리크를 목적지로 보고하고 있다는 내용이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서 나타난다.
인도 해군은 구조신호에 대응해 해적행위 방지를 위한 순찰선과 항공기를 보냈다며 MV루엔이 소말리아 해안을 향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MV루엔에 대한 공격을 자처한 세력이 없지만 소말리아 해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은 최근 뜸하다가 자국과 중동의 정세불안이 심화하자 다시 기승을 부릴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예멘 근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여파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적대하는 후티는 가자지구 구호 확대를 요구하며 전쟁과 무관한 선박들에까지 미사일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다.
후티가 통제를 선언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세계 물류의 동맥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정도, 상품 무역량의 12%가량이 이 수송로를 이용한다.
후티의 위협 때문에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홍해 근해에서 후티를 비롯한 무장세력의 도발에서 선박 운항의 안전을 지킬 다국적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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