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투약·밀수·판매까지… '10대 마약범죄' 1년 새 3배 늘었다

경찰, 2023년 1025명 검거

전연령 중 7.7%… 2022년 2.4% 대조
청소년들 마른 몸 선호 문화 확산
다이어트 마약류 유혹 ‘비일비재’
텔레그램 등 SNS로 손쉽게 구입

필로폰 21.7㎏ 최다… 양귀비 급증
경찰, 마약 교육·단속 강화 방침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 7월 말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불법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은 펜타민 성분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 등이 은밀히 찾는 마약류다. A씨는 디에타민 구매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 “돈이 부족하면 유사 성행위로 대신해도 된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원경찰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디에타민을 사고판 혐의로 당시 102명을 적발했고, 이들 중 1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1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검거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1025명에 달해 전년(294명) 대비 3배 넘게 늘었다. 하반기 기준으로는 428.8% 급증했다. 청소년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마약류로 이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뉴스1

국수본은 지난 8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하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마약류 사범 5523명을 검거하고 이 중 83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검거 인원은 1만715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검거 인원(1만2387명)보다 38.5% 많다.

가장 큰 특징은 마약에 손대는 10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 온라인과 SNS로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층 유입이 크게 늘었다. 마약류 사범 중 1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3735명)에 달했다.

전체 검거 인원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다. 지난해에 2.4% 정도였는데 증가세가 가파르다. 10대 마약류 사범의 경우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뿐 아니라 밀반입·유통 범죄까지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 심각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10대의 경우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진 향정신성 의약품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의료용 마약류는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17세 미만은 처방이 안 되다 보니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효과를 노리는 만큼 여성 청소년 비중이 많은 편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이 직접 하는 마약 관련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마약 수사관의 경우에도 기존 전담팀에 더해 사이버 수사대, 형사 강력팀 등이 추가 배치돼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마약 광고나 유통 행위에 대한 단속을 늘릴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인 마약 수사관 인력이 380명 정도 되는데 올해 같은 경우 마약 전담팀이 아니더라도 경찰서 내 강력팀, 사이버 수사팀 등이 추가 배치돼 인터넷에서의 마약 광고나 유통 행위 등의 단속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 마약류 사범 1911명을 검거해 지난해 같은 기간(1146명) 대비 60.7% 증가했다. 보안성이 강한 SNS·다크웹·암호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검거 인원 또한 같은 기간 442명에서 619명으로 40.1% 늘었다.

마약류 압수량은 필로폰이 21.7㎏으로 가장 많았고, 케타민(3.7㎏) 등도 대량으로 발견됐다. 특히 양귀비는 전년 동기보다 80.8% 늘어난 2만3573주를 압수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