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HMM(구 현대상선)을 품는다. 하림이 HMM 인수를 마치면 단숨에 재계 10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세계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 등 ‘물리적 리스크(위험)’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소식도 전했다.
◆하림, HMM도 품는다
18일 HMM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하림)·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지분 57.88%)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본입찰을 실시해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은 정성평가에서 2015년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해 성공적으로 경영하며 해운업 등을 경험한 부분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인수 자금 조달면에서도 선박 등을 활용한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팬오션만으로 3조2500억원 수준의 자체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게 가점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량평가에서도 동원그룹의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그 전신이 현대상선으로 현대그룹 산하였지만, 2016년 해운업계 유동성 위기로 주인이 산은 등 채권단으로 넘어갔었다. 하림이 인수에 성공하면 7년 만에 새주인을 맞는다. 산은 등은 당초 이달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하림 측에서 인수 조건을 두고 여러 요구사항을 내놓으면서 선정이 지체됐었다. 하림 측은 산은 등에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매각 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됐던 요구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앞서 모두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통상적으로 1~2주가 소요되나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최종 결론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산은과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해진공의 의견이 갈렸던 것이 발표가 늦어진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 측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인수 성공시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뿐 아니라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거느리며 국가의 해운물류를 책임지는 초대형 국적선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사이클이 있는 해운업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며 “앞으로 물류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하림의 현재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순위 27위다. 재계 19위(자산 25조8000억원) HMM을 인수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KT(45조9000억원)에 이은 13위에 해당한다.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달 1일 HMM 인수전 참여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승자의 저주’ 우려는 여전하다. 인수대금이 6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하림그룹의 자금 조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제기된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운임 하락 등으로 해운시장이 침체기를 맞아 당분간 인수 시너지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한은 “연간 총강수량 증가하면 지역내 총생산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이 18일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총강수량 증가는 지역내총생산(GRDP)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리스크란 기후 관련 리스크 중 기상이변 및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물리적 영향과 관련된 위험들을 말한다. 점진적 기후 패턴 변화로 발생하는 ‘만성 리스크’와 자연재해 충격으로 발생하는 사건 기반의 ‘급성 리스크’로 나뉜다.
연구진이 국내 기후 조건을 반영해 피해 함수를 추정한 결과, 어떤 지역의 연간 총강수량이 1m(1000㎜) 늘어나면 해당 지역의 GRDP(1인당 기준) 성장을 2.54%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실외 생산활동이 많아 노동생산성이 강수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금속 제품 제조업(-6.78%) 등의 부가가치 성장이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979년 1039㎜였으나 2020년에는 1630㎜로 591㎜ 늘었다. 보고서는 “지난 106년(1912∼2017년)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으로는 10년마다 16.3㎜ 정도의 점진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연평균 강수량 변동 폭은 최저 754㎜(1939년)에서 최고 1756㎜(2003년)로 연도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변동 폭 또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평균기온 상승이 GRDP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으나 서비스업 일부 업종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연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도매 및 소매업(-1.85%)과 부동산업(-1.73%) 등의 피해가 예상됐다. 지역별로는 제주(-3.35%)·경남(-2.39%)·대전(-1.54%)·부산(-1.31%) 등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홍수·가뭄·산불 등 급성 리스크 변수는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질 여지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과장은 “지역별 기후리스크 피해 영향 평가는 거시 경제 장기 성장 관점에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응적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인 ‘적응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